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취임 후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불가역적 수준으로 심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방산·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UAE를 아프리카·유럽·중동 진출의 ‘베이스캠프’로 삼겠다던 정부의 구상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UAE 알-와탄 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러한 내용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대통령님께서도 대한민국이, UAE가 앞으로 나아갈 위대한 여정에 핵심적인 파트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양국의 100년 동행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은 양국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기존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영구적이며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심화시키기로 한 것이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 후 체결한 ‘한국과 UAE,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이름의 공동선언문에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한-UAE가 원전 협력·아크부대 파견 등으로 협력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데도 공감대를 이뤘다.
아울러 경제·투자, 국방·방산, 원자력, AI, 보건·의료, 문화 등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전략 분야에서 공동 번영을 위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 구축에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한-UAE AI 분야 협력 MOU △평화적 목적을 위한 우주탐사와 이용 협력에 관한 MOU 개정 △원자력 신기술, AI 및 글로벌시장 협력 파트너십 MOU 등을 포함한 총 7건의 협력 문서도 체결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야기가 길어질 정도로 양국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 중동·아프리카 시장 교두보 확보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지로 UAE를 선택한 것은 양국 간 돈독한 관계를 기반으로 중동·아프리카 시장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아부다비 한 호텔에서 진행된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아랍에미리트는 우리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함께 제3세계로 진출하는 일종의 경제적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구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성과에서 오롯이 드러났다. 양 정상은 국방·방산 분야에서 ‘공동 개발,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유럽, 북미 등 제3국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150억 달러 규모 이상의 방산 수출 사업에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K-컬처도 정부가 기대를 거는 지점이다. 강 실장은 “AI를 기반으로 첨단산업, 기술, 의료, 우주·항공, 방산까지 포괄하는 신개념 복합 클러스터인 가칭 ‘UAE K-City’ 조성 제안에 UAE 측은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며 “논의를 거쳐 양국은 UAE K-City’ 조성에 합의하고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K-City는 단순한 산업지구나 문화단지의 개념을 넘어 K-컬처 미래산업, 기술, 문화, 인재, 투자 그리고 시장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구현하는 ‘전주기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양국은 중동, 아프리카,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공동 기술·서비스 수출 거점을 함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I 협력 분야에선, UAE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 등을 함께 활용하는 전력망을 구축하고 반도체 공급망까지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강 실장은 “AI 협력 200억 불, 방산 수출 150억 불, K-컬처는 시장가치로 환산할 경우 704억 불 등 총 1,000억 불이 넘는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우호 과시에 멈추는 것이 아닌 실질적 경제동맹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