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지난해 12·3 불법계엄 선포 이후 제기돼 온 의혹들이 법정 증언을 통해 하나둘씩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차서(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채 관저에 머물던 피고인 윤석열이 국가 경호조직을 자신의 신병 보호를 위한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다는 정황이 18일 법정에서 다시 드러난 것이다. 피고인 윤석열은 경호처 직원들에게 △총기 노출 △위력순찰 △위협사격 등까지 언급하며 사법절차를 무력화할 수 있는 불법적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 “내 지지율 오르니까 설까지 버텨”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에서 열린 피고인 윤석열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대통령경호처 경호정보부장은 피고인 윤석열이 지난 1월 11일 경호처 간부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 공수처나 경찰이 함부로 못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피고인 윤석열이 “훈련 영상을 언론에 배포하라”며 무장한 경호처의 존재 자체를 외부에 보여줄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으니 설 명절까지만 버티면 전부 해결될 것”이라는 발언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피고인 윤석열이 사법기관의 체포영장을 정치적 계산 속에서 무력화하려 했다는 의혹에 힘을 실리는 대목이다.
특검이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라’는 지시를 들었느냐”고 묻자 김 부장은 “그런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헬기 투입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는 “위협사격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왔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김 부장은 경호처 직원들이 수사기관의 관저 진입을 막기 위해 밤샘 비상근무를 했으며,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영부인이 과일을 내려주시면서 ‘고생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부부가 경호처의 영장 저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지난 1월 3일 공수처가 1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당시의 바디캠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공수처 이대환 부장검사가 “영장 집행을 막으면 공무집행방해”라고 외치는 동안 경호처 직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관저 진입을 가로막았다. 해당 영상에 대해 한 법학자는 “경호처가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사실상 차단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대응이 어떤 지휘선에서 이뤄졌는지가 향후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공판에서도 유사한 증언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출석한 전 경호처 부장 이모 씨는 피고인 윤석열의 발언을 △‘밀고 들어오면 아작낸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라’ △‘총기 노출해도 문제 없다’는 내용으로 메모해 제출했다. 연이어 공개되는 증언과 물증은 피고인 윤석열이 국가 경호조직을 헌법적 책무가 아닌 개인적 위기 대응의 방패막이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나오고 있는 증언들은 피고인 윤석열의 권력 인식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로 평가된다. 대통령경호처는 국가 원수와 헌정 질서를 보호하는 국가의 핵심 안보조직이지 특정 개인의 신변을 위해 움직이는 사적 경호조직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 윤석열이 경호처를 통해 사법기관의 영장 집행을 차단하고 총기 노출이나 위력순찰 같은 같은 무력적 대응을 언급했다는 증언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체포영장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정당한 사법 절차를 거부한 채 경호처를 앞세운 정황은 국가기관의 중립성과 헌정 질서를 흔드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진술이 재판 과정에서 사실로 인정될 경우 단순한 공무집행방해를 넘어 국가 권력의 사유화가 실제로 작동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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