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받고 싶어도 한 달 대기”… 대학생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멍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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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성균관대학교에서 멘탈헬스코리아,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국립정신건강센터 공동 주최로 진행된 '청년 주도 대학 정신건강 혁신 라운드 테이블' 현장의 모습이다. / 멘탈헬스코리아
8일 성균관대학교에서 멘탈헬스코리아,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국립정신건강센터 공동 주최로 진행된 '청년 주도 대학 정신건강 혁신 라운드 테이블' 현장의 모습이다. / 멘탈헬스코리아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국내 20대 청년들의 정신건강 어려움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대학 캠퍼스 안에서는 이들을 지탱해 줄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법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오후 성균관대학교에서는 멘탈헬스코리아,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공동 주최한 ‘청년 주도 대학 정신건강 혁신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전문가뿐 아니라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 서포터즈 ‘영마인드 링크’로 활동 중인 대학생들도 함께했다.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의 ‘2024년 전국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42명 중 43.5%가 우울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공개한 ‘2023년 전국 국립대 30개 대학 대학생 마음건강 조사 현황’에서는 전체 조사 대상 5만8,152명 가운데 전문기관의 치료가 필요한 위기학생이 1만802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김민수 씨는 “교내 상담센터 외에는 사실상 별도의 심리지원 체계가 없다”며 “상담을 신청해도 평균 한 달 이상 대기해야 해 이용이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어 “교내 상담센터는 상담횟수가 약 8회로 제한되고, 재학 중 최대 두 번만 이용할 수 있어 학생들의 불만도 크다”며 “대학과 정부가 정책적으로 연계해 정신건강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제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주도 대학 정신건강 혁신 라운드테이블' 기조발표를 맡은 이동훈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회장은
'청년 주도 대학 정신건강 혁신 라운드테이블' 기조발표를 맡은 이동훈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회장은 "고등교육법 상에 학생상담센터 설치 의무화와 상담사 최소 인력 기준을 명시한다면 대기시간이 줄고 더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멘탈헬스코리아

기조발표를 맡은 이동훈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 회장은 “대학생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함에도 이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기관이 사실상 없다”며 “예산이 부족한 대학 환경에서는 정신건강 지원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서울 대학생 상당수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다 보니 생활습관이 불규칙해지고 음주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며 “전문 기관이 상황을 모니티링하고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등교육법 상에 학생상담센터 설치 의무와 상담사 최소 인력 기준을 명시한다면 대기시간이 줄고 더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받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물론 현 국내에도 청년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학생상담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양수진 과장은 “현재 공공기관 시스템은 한 사람에게 한 가지 서비스만을 목표로 하는 과거의 개념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며 “약자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더욱이 학교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025 영마인드 링크 학생 대표단은 대학 정신건강 지원 환경 및 문화 확산을 위한 핵심 요구사항 10가지를 담은 ‘대학 정신건강 지원 환경 혁신을 위한 학생 공동 요청서’를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에 전달했다.

요청서에는 △학생상담센터 기능 정상화 및 예산 법제화 △학교 정신건강 정책에 학생 참여 보장 △모든 교직원 대상 정신건강 교육 의무화 △24시간 위기 대응 체계 확립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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