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늘어난 ‘빚투’ 개미… 이대로 괜찮나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코스피지수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한 끝에, 지난 3일 사상 최초로 4,200선까지 돌파한 뒤, 이틀간 단기 급락세를 보였다. 5일 급락장에는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7개월 만에 발동되기도 했다.

6일 하락세를 딛고 반등했던 코스피는 다음날 내림세로 다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7일 개장과 동시에 4,000선을 내준 뒤 약세를 이어갔다. 장중엔 3,9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1% 하락한 3,953.76에 장을 마쳤다.

지난 밤 뉴욕증시가 고용시장 냉각 우려 및 인공지능(AI) 업종 주식 고평가 논란 재부상으로 하락세로 마감한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도 연쇄적인 찬물을 뿌린 것으로 풀이됐다. 

국내 증시는 지난 4월 중순 이후부터 수개월째 상승 흐름을 보여왔다. 4월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 여러 이슈가 시장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후 자본시장 활성화, 경기부양 기대까지 겹치면서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세 속에서 반도체·조선·방산·2차전지·전력 종목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관련주 투자 열풍과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수혜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다양한 투자협력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증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증시는 4일부터 상승세가 꺾여 출렁이는 모습이다. 단기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AI 업종 고평가 논란, 미국 증시 약세, 차익실현 매물 출현 등이 시장에 고루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선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3일부터 6일까지 국내 주식을 6조8,94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면서 시장을 견인했던 큰손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이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던진 매물을 개인투자자가 받아내면서 지수 하단을 방어하고 있는 모습이다.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판단에 따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조롱을 받은 국내 증시가 코스피 4,000시대를 연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단기간에 빠르게 오른 만큼 시장 및 개별 종목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조정 국면이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가 필요하다. 

‘빚투 증가’도 경계 대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8,78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기록한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올해 1월 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15조5,740억원) 대비 10조3,000억원이 불어난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주가 상승기에 대출을 지렛대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증가할 때, 신용융자 잔액이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레버리지 투자는 리스크도 크다. 시장상황이 예측과 다르게 흘러가거나 증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시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융자는 담보비율 하락 시 보유주식이 낮은 가격에 강제로 청산될 수 있다. 이른바 ‘반대매매’ 리스크다. 

주가하락 후 다시 반등하더라도 이를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지난달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신용거래융자가 크게 증가한 것에 우려를 보내며 주의를 당부했다 개인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레버리지 거래는 리스크가 뒤따른다. 시장의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정부도 단순히 지수 급등 수치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에 건전한 시장질서와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장기적인 투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 과제 논의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늘어난 ‘빚투’ 개미… 이대로 괜찮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