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조예원 인턴 기자] 배우 고민시가 학교 폭력 논란 3개월 만에 SNS에 근황을 전했다. 그는 별다른 말없이 꽃 한 송이의 사진만을 남겼다. 말 한마디 없었지만 오랜 침묵 끝에 전한 신호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고민시는 5월에 중학교 동창이라 주장한 이들이 폭로글을 올리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마냥 기다리고 계실 분들을 위해서 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며 글을 시작했다. "철없이 보낸 학창시절을 스스로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부족했던 만큼 더 나은 삶을 살아가자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걸어왔다. 여러 가십과 루머에도 감내는 물론 모든 것이 제 몫이라 여기며 흘려보냈지만 과거가 불안정했다는 이유로 누명까지 떠안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저 역시 중대한 사회 문제인 학교 폭력은 엄격히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악의로 역이용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고 학교폭력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일이다. 분명히 거짓이라 하였음에도 입맛대로 단정 짓고 확정 지어 버리는 인터넷 세상 속에서 사람을 무참히 보내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일인지 부디 모두가 아셨으면 좋겠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될 것이다"라고 확고히 덧붙였다.
'학폭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여론의 판단이 얼마나 빠르고 단호한가를 보여준다. 진실보다 인식이 앞서는 시대,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반응을 해야 할까.

물론 학교 폭력 의혹을 인정한 연예인들도 있다. (여자)아이들 서수진은 "일진 무리에 속했지만 괴롭힘에 가담한 적은 없다"며 일부 인정했고 스트레이 키즈 현진은 "과거 미성숙하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 입고 피해를 받으신 분들이 계시고 현진 역시 해당 부분에 대해서 깊게 후회하고 반성했기에 게시자분들을 직접 만나 진정으로 사과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서수진은 팀에서 탈퇴 후 2년 만에 싱글 앨범을 내며 솔로로 복귀했고, 현진은 4개월간 자숙 기간을 가진 뒤 팀 활동에 복귀했다.
이렇듯 누군가는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왔고 누군가는 결백을 증명했지만, 대중의 기억 속엔 여전히 '논란이 있었다'는 흔적이 남았다.
문제는 진실이 드러나기도 전에 여론이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다. 지금의 SNS와 커뮤니티는 반응이 너무 빠르다. 사실관계가 모호한 상태에서도 '피해자의 용기에 박수를'이라는 정서가 퍼지고, 그 흐름 속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반론의 기회조차 잃는다. 시간이 지나 진실이 정리되더라도 사람들의 기억 속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결국 '논란'이라는 단어 하나가 그 사람의 커리어를 덮어버린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기다림'이다. 누군가의 삶이 걸린 문제 앞에서 확신보다 보류, 분노보단 관찰이 필요하다. 실제 가해자가 웃는 모습이 피해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면, 반대로 사실이 아닌 의혹으로 누명을 쓴 사람의 인생 역시 무너질 수 있다.
고민시의 말처럼 진짜 학폭을 한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루머였다면 그 사람은 이미 여론의 재판을 통해 사회적 사형을 선고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 상처는 때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론의 속도보다 진실은 항상 늦게 온다.
대중의 분노는 사회정의를 위한 감정이지만 그 속도가 누군가의 삶을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분노할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기다릴 책임도 있다. 인식이 앞서는 시대일수록 판단을 미루는 기다림의 미덕이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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