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기에 막말까지… 정쟁에 얼룩진 대통령실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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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우)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퇴장하는 과정에 충돌하고 있다. / 뉴시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우)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정회 후 퇴장하는 과정에 충돌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는 결국 ‘김현지’로 뒤덮였다. 김현지 대통령 비서실 제1부속실장 출석을 두고 충돌한 여야는 고성과 막말을 넘어 ‘물리적 충돌’까지 벌였다. 파행 후 한 시간여 만에 회의가 가까스로 재개됐으나 이후에도 여진이 이어지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대통령실 국정감사는 정쟁으로 얼룩졌다.

6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신경전이 펼쳐졌다. 국정감사 일정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논란이 된 김현지 대통령 비서실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를 두고 여야가 강하게 맞붙으면서다. 애초부터 과열이 예상됐던 만큼 시작부터 신경전은 상당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길이도 공방의 대상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업무보고가 지나치게 길다고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전임 정부 때도 같았다며 설전을 주고 받았다.

갈등이 격화된 것은 채현일 민주당 의원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운영위원 보임을 문제 삼으면서다. 채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전 정부의 내란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자리인 만큼, 윤석열 정부 법률비서관이었던 주 의원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즉각 주 의원은 반발했다. 그는 “제가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까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입틀막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회의장은 급격히 소란스러워졌다.

결국 김병기 국회 운영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회의를 시작한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후에도 설전은 그치지 않았고 급기야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퇴장하던 순간 뒤를 따라가던 이기헌 민주당 의원과 몸을 부딪히면서다. 송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회 회의장 내에서 어떠한 물리적 접촉이나 폭력행위가 금지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수당이라고는 하지만 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백주대낮에 테러와 유사한 폭력 행위가 발생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 주진우 ‘페이스북 글’에 다시 파행

민주당은 이러한 충돌의 책임이 야당에 있다고 날을 세웠다. 문진석 의원은 “문제는 송 원내대표의 말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정회하는 게 국감 전략이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최소한 원내대표라면 책임있는 말씀을 하셨어야 한다”고 했다. 당사자인 이기헌 의원은 “송 의원이 ‘민주당이 국감을 망치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제가 나가면서 ‘국감을 망치려는 건 당신들’이라고 했더니 송 의원이 돌아서서 몸을 던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송 대표의 배치기 피해자는 바로 저”라며 “저에게 죄가 있다면 배가 나온 죄밖에 없다”고 했다.

격화된 갈등 상황이 일단은 봉합되면서 회의가 이어졌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김 실장의 불출석 문제를 두고 야당은 화력을 집중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처음에는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에 관여한 것 아니냐 정도의 의혹이었다”며 “갑자기 인사발령이 나고, 주변 인물들의 말이 바뀌고 그러니 ‘실세현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제안한 게 오전에만 참여했다가 돌아가겠다는데 오전에 증인 나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과거 국회의원 경험상 국감에서 오전만 출석해서 끝내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다 알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회의는 끝내 또 파행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오전에 올린 페이스북 글이 화근이 됐다. 주 의원은 이날 “어제 내가 김현지 출석 문제를 거론하자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내 발언 중간에 끼어들어 황급히 막았다”며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김현지가 김병기 원내대표보다 권력서열 위라는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국감과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국감에서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해당 게시물을 인지한 김 위원장은 “결국은 김현지 실장이 권력자니까 내가 거기에 꼼짝 못 한다 야지를 넣은 것”이라며 불쾌해 했다. 이어 “위원장이 위원들한테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이 위원회를 해야 하나”라며 “평가받지 않아도 되는 거면 나도 막말해도 되나. 동료 의원한테 최소한 예의라는 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의원이 주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여야 간 갈등의 골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김 위원장은 회의를 다시 정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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