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728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AI 대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이다. AI 분야 집중 투자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인데, 확장 재정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도 새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 무역 통상 질서의 재편과 인공지능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인공지능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며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 예산 정국에 돌입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총지출 728조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예산 대비 8.1%, 총 54조7,000억이 늘어난 액수다. 27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 지출 구조조정까지 포함한다면 늘어난 예산은 81조원 규모다. 이 대통령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예산안은 ‘AI 대전환’이라는 정부의 목표가 그대로 반영됐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예산을 올해 대비 3배 이상 많은 10조1,000억원으로 늘린 게 대표적이다.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2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고성능 GPU 5만장 확보를 목표로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하기 위한 예산 2조1,000억원도 여기에 포함됐다.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지역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해 인공지능 기반 지역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슈퍼예산’ 검증 벼르는 야당
이러한 맥락에서 R&D 예산도 대폭 증액했다. 올해 대비 19.3%(5조7,000억) 늘린 35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AI, 바이오, 콘텐츠, 방산, 에너지, 제조 등 첨단산업 분야별 핵심 기술개발 투자를 위해 10조6,000억원 투입한다. 이 예산을 통해 첨단인력 3만3,000명 확보를 위한 3대 프로젝트 추진에도 나선다. 뿐만 아니라 저출생·고령화 대응(70조4,000억원), 기초생활보장 확대, 장애인 돌봄·일자리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32조1,000억원) 등도 일제히 증액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내년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되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다만 야당은 이러한 이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벌써 ‘송곳 검증’을 벼르는 모습이다. 이번 예산안의 규모가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이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다.
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 부채는 최대 화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선진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장기적으로 고령화 등 사회 구조 변화에 따라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채 증가의 염려를 더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도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약 110조원이라는 점은 야당의 주된 공세 포인트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관련해 “국가채무는 내년 1,400조원을 넘어서고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110조원”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확장 재정’이라는 미명 아래 빚으로 생색내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시정연설에서) 109조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는 부분이 빠졌다”라며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남도청에서 진행된 부산·울산·경남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정권 내내, 해마다 10% 가까이 늘어난 정부 지출을 이재명 정권이 그대로 복사, 붙이기를 하려고 한다”며 “처음 편성한 예산안이 이 정도인데 앞으로도 ‘재정 중독’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가채무 1,500조원, 2,000조원 시대는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하나하나 따지고,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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