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서기찬 기자] 지난해 세상을 떠난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정황이 담긴 음성이 공개돼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5일 오요안나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그의 어머니가 MBC의 책임 있는 태도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에는 '고 오요안나 1주기, 엄마가 공개한 죽음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지난 16일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 오요안나의 어머니는 "요안나가 떠난 지 1년이 다 돼 간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분향소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모친은 딸이 입사 6개월 이후부터 끝없이 울며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이러이러한 선배가 있는데 자기를 너무 못살게 군다고 하더라. (괴롭히는) 담당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모친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둥 허벅지 내놓고 싶냐는 둥 싸가지가 없다고. 얘네들이 한 번 밉게 생각하고 패거리로 만들어서 요안나가 사회생활을 거의 할 수 없는 분위기까지 몰고 간 거다"라며 괴롭힘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특히 결정적 고통은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출연 이후였다. 오요안나는 "선배들이 다 난리가 났다는 거다. '왜 네가 유퀴즈를 나가냐'고... '네까짓 게 1년도 안 된 네가 왜 우리 MBC 대표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족이 공개한 음성에는 오요안나가 "내가 그렇게 최악이냐고 진짜…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너무 건방지게 한다는 거야. 그것에 대해 무조건 내 탓을 해야 된다는 거다"라고 울며 힘겨워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선배 D 씨의 음성은 충격을 더했다. "네가 그렇게 잘났냐? 내가 네 아랫사람이야? 너 왜 이렇게 잘났어, 너 뭐야? 선배가 네 친구냐고. 너 나랑 지금 전화로 말싸움 할래? 너 나한테 죄송했어?"라며 고인에게 질책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선배 N 씨는 "여기 사람들 질이 조금 안 좋아. 일진놀이 하는 판 같아. 그런데 잘못 걸린 거야. 일진놀이할 때 장단 잘 맞춰줘야 살아남잖아. (안 그러면) 결국에는 자멸하게 돼 있어"라고 말하며 조직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오요안나의 모친은 딸의 사망 이후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MBC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그녀는 "노동부도 괴롭힘이 있었다고 얘기하지 않나. 그럼에도 (MBC는) 오리발 내밀지 않나. 회사가 잘못된 거다. 무조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기상캐스터가 체제는 직원인데 겉으로만 프리랜서라고 해서 경쟁 속에 집어 넣어버리니까 누가 잘나가면 밟고 싶은 거다"라고 지적하며, 오 씨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정규직 전환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요안나의 사망 1주기였던 지난 15일, MBC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MBC 측은 "신설되는 기상기후 전문가는 기존 기상캐스터의 역할은 물론 취재, 출연, 콘텐츠 제작을 담당해,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D 씨는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고인의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을 부인하고, 생전에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유족은 MBC의 진상조사 결과 공개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고인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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