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강원도 춘천에 자리 잡은 레고랜드코리아(이하 레고랜드)가 개장 이후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급기야 개장 3년차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들고 말았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도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레고랜드가 좀처럼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뚜렷한 개선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레고랜드의 무기력한 발걸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개장 후 줄곧 내리막길… 결국 ‘자본잠식’
이달 초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고랜드는 지난해 379억원의 매출액과 197억원의 영업손실, 그리고 1,35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19% 감소했다. 개장 첫해인 2022년 622억원에서 이듬해 494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영업손실 규모는 1.28% 소폭 줄어드는데 그치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대규모 당기순손실이다. 2022년 110억원, 2023년 288억원이었던 것이 1,35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이는 1,047억원의 유형자산손상차손 발생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레고랜드는 방문객 및 매출 감소 상황을 고려해 해당 현금창출단위에 손상 징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손상검사를 수행해 손상차본을 반영했다.
이처럼 실적 부진이 지속 및 심화하면서 레고랜드는 결국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해 말 기준 레고랜드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1,003억원이다.

전 세계 10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2번째로 문을 연 레고랜드는 국내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개장 당시 연간 방문객 목표는 200만명을 내세웠다 하지만 첫해(5월 개장) 65만4,000여명에 이어 2023년 63만3,000여명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49만5,000여명으로 50만명도 무너졌다.
레고랜드가 무기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로는 여러 한계점들이 지목된다. 레고랜드는 서울에서 약 2시간 거리다. 가깝다면 가깝지만 레고랜드에 걸맞은 배후수요 규모를 고려하면 접근성이 다소 아쉽다. 또한 계절 및 날씨에 따른 제약도 크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집중돼있는 점, 아직 전체 부지의 30%만 개발돼 즐길거리가 부족한 점, 주변개발이 더딘 점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레고랜드에 상당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개발 과정에서는 물론 개장 이후에도 숱한 논란이 이어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강원도는 레고랜드를 위해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또한 무려 50년간(최대 100년) 부지를 무상임대해주기로 하는 등 각종 특혜도 제공했다. 레고랜드가 성공하면 지역경제에 큰 활력이 되고,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선사유적지가 발견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소위 ‘레고랜드 사태’라 불린 큰 파문을 일으켰고, 사업 추진 당시 강원도지사였던 최문순 전 지사는 배임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레고랜드를 통해 3년간 단 1원도 얻지 못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의 연간 매출액이 4,000만달러를 넘겨야 수익 배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마저도 큰 규모가 아니다. 막대한 초기비용을 대고 여러 리스크도 떠안았는데, 수익은커녕 경제적 효과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레고랜드는 지난 4월 신규 놀이시설인 ‘스핀짓주 마스터(Master of Spinjitzu)’를 새롭게 선보이며 반등을 도모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찾아온 폭염 등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지난 7월 이순규 전 대표가 물러나며 경영 공백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 산하 코엑스아쿠아리움의 이성호 대표가 임시대표를 겸하고 있다.
지속된 실적 부진 끝에 자본잠식에 빠진 레고랜드가 언제쯤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정상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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