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바로 앞에 펼쳐진 건물은 벽체도 마감도 없이 콘크리트 뼈대만 남았다. 여름이면 잡초가 허리까지 자라나 건물 사이를 뒤덮고, 장마철이면 벽면 빗물이 흘러내리며 흡사 폐허 영화 속 장면을 방불케 한다. 파주 신세계아울렛 맞은편, 콘크리트 건물 수십동은 그 자체로 파주 관문을 규정짓는 풍경으로 전략하고 말았다.
파주 신세계아울렛 맞은편은 1990년 노태우 정부 시절 '수도권 북부 관광벨트' 이름으로 지정된 통일동산지구 핵심 부지다.
시행사 시티원과 시공사 DL이앤씨(375500)가 지난 2007년 1250실 규모 콘도와 워터파크, 골프장을 포함한 대규모 휴양단지를 약속했다. 예정된 콘도만 해도 31개동. 당시 평당 분양가는 파주 신도시 아파트 두 배가 넘는 1770만~2150만원. 일부 호실은 무려 20억원대에 달했다.

'동양 최대급 휴양단지'를 꿈꾸며 2007년 11월 착공에 돌입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행사 자금줄이 끊어진 것이다. 이에 2008년 말 공사는 공정률 33% 수준에서 멈춰 섰고 '동양 최대급 폐허'라는 오명만이 폐허와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년 넘게 플래카드도 걸고, 항의도 했죠. 나중에는 중국 자본을 투입해 '재건축을 반반 나누자, 영주권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를 받는다"라는 등 각종 소문까지 돌았죠. 하지만 아무 성과도 없이 남은 건 포기와 함께 을씨년스러운 폐허뿐입니다." - 인근 단지 주민 A씨
"단지 미관 문제가 끝이 아닙니다. 안전 문제는 상시로 제기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근처에서 놀다가 언젠간 사고가 날까봐 늘 걱정이에요." - 일대 주민 B씨
무엇보다 주변 일대 부동산 가치에도 직격탄을 안겼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통일동산 콘도 주변에 위치한 유승앙브와즈는 신세계 아울렛 인접이라는 장점에도 불구, 시세대비 매우 낮게 형성된 편"이라며 "매매를 고려하는 방문객들이 콘도 뼈대를 보고 인상을 찌푸릴 만큼 주변에 버려진 건물이 있어 첫 인상이 나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물론 관할 지자체 파주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이민제 지정(2015년) 및 국토부 방치건축물 정비사업 공모(2019년) 등 다양한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 다만 중국 투자 유치는 사드 사태 여파로 좌절되고, 정비사업 공모 역시 시행사와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 때문에 무산됐다.
파주시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개인 민간 시행사가 인허가를 받아 추진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시에서 직접 개입할 권한이 제한적"이라며 "지금도 시공사와 시행사 간 공사비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법적으로 행정이 나설 수 있는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유지 개발은 기본적으로 사업주가 주도하는 구조이기에 일방적으로 지자체가 철거 또는 정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공사' DL이앤씨는 2020년 '시행사' 시티원 상대로 4000억원대 공사비 청구 소송을 제기, 법원이 1심에서 "5184여억원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시행사 측 항소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최종 결론까진 수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이 지자체 단독으로 해결하지 않지 않은 난제로 바라보고 있다.
임재만 교수(세종대 부동산학과)는 "핵심은 그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합의"라며 "시행사와 시공사 분쟁이 정리돼야 행정도 움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지 규모가 시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개발 권한을 경기도로 넘기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라며 "토지 용도 변경을 포함해 도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무려 16년간 멈춰 선 통일동산 휴양콘도. 파주 도심 관문에 흉물처럼 서 있는 거대한 폐허가 언제 치워질 진 여전히 불투명하다. 주민들도 더 이상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언젠가 사라지길, 그리고 일상이 회복되길 체념 속에서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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