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서민금융기금 신설 확정에 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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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서민금융안정기금’이 수면 위로 올랐다. 이 기금의 모금과 운용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두 달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을 위한 특별 기금 조성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생산적 금융’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은행권은 기금 규모가 얼마나 될지 눈치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서민 대출 상품 조성을 위해 연 2000억원 규모 출연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를 '기금' 형태로 전환했을 때의 출연 규모는 이보다 더 상향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원금 고갈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이사장은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은행 기금이) 처음 3000억원에서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부실이 생기면 5000억원, 1조원으로 늘고 계속 은행이 지불해야 할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신용평가해서 특정 금리에는 도저히 대출을 내줄 수 없는 사람인데 정부 압력으로 자금을 내주면 결국 시간이 지나 원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이사장은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아지면 상환을 많이 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 속도보다 재원이 고갈되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며 “15%가 넘는 금리를 감수하고서도 돈을 빌리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진짜 상환율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 지금 대부업 시장에 신용대출은 없고 담보대출만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안정기금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서민의 고금리 대출 문제를 지적하며 전면에 나왔다. 이날 이 대통령 최저 신용자 대출 금리가 연 15.9%라는 점을 들며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며 맹렬히 비판하자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융사가 출연하는 공동기금 카드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서민금융안정기금이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그의 대선 공약집에는 "금융회사 출연금을 통한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이 명시돼 있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금융권과 정부가 공동 출연하는 기금을 조성해 정책 서민금융상품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위 새 수장으로 유력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기재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서민금융안정) 기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금 설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재원 운영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햇살론 뱅크’, ‘햇살론 유스’ 등 상품별로 재원이 나뉘어 있어 일부 상품은 예산이 남고, 다른 상품은 부족해도 쉽게 조정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금으로 일원화하면 수요에 따라 자금을 탄력적으로 배분할 수 있고,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시 서민금융 공급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금 규모 얼마나 될까

금융권이 부담해야 하는 기금 규모가 관심사다. 은행권은 기금 출연금이 앞으로 얼마나 확대될 지에 대해 우려의 입장도 비치고 있다. 은행권은 서민금융진흥원에 연 2000억원의 출연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업계는 “이미 적지 않은 규모”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금융위의 출연요율 인상 제안에 0.035%에서 올해 0.06%로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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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기금 출연금이 지금보다 3배까지도 인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6월 여당이 주최한 ‘금융개혁 세미나’에서는 현행 출연요율 0.06%를 0.2%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따라 약 7000억원의 기금이 추산된다.

금융권은 정치권의 ‘이자 장사’ 비난에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 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0조 규모 펀드 조성하라 할 때도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소연했다.

기금 악용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 기금이라고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조건을 맞춰주는 브로커마저 활개를 치고 있다”며 “브로커는 일정 수수료를 취하는데 사람들을 모집할 때 안 갚아도 된다며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민금융진흥원은 기금 TF 발족 이후 이렇다 할 방향이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본지 확인 결과 기금 TF는 지난 7~8월 신설, 금융당국과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민금융진흥권 관계자는 “출연료를 올린다 하더라도 상대방인 은행이 있는 것이니 진흥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조율 중”이라며 “당국과 은행, 진흥원이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고 아직은 어떤 윤곽도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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