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04일' 걸린 만루에서 안타…"이제 드디어 깼다" '사람' 노시환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MD부산]

마이데일리
한화 이글스 노시환./부산 = 박승환 기자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이제 드디어 깼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4차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이날 경기는 노시환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회초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화는 손아섭의 2루타, 루이스 리베라토의 볼넷, 문현빈의 내야 안타로 노시환 앞에 무사 만루라는 밥상을 차렸다. 하지만 이는 노시환에게 결코 맛있어 보이는 밥상은 아니었다. 이유는 지난해 8월 1일 KT 위즈전 이후 단 한 번도 만루에서 안타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까닭.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노시환은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1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의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겼고, 좌익수 앞에 안타를 뽑아내며 길고 길었던 침묵을 끊어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며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이 활약은 시작에 불과했다.

노시환은 3회초 1사 2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쳤지만, 롯데 유격수 이호준의 실책에 힘입어 1루에 살아나갔고, 후속타자 채은성의 적시타에 홈을 파고들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고대하던 한 방도 터졌다. 노시환은 6-0으로 앞선 6회초 1사 1루의 네 번째 타석에서 롯데의 바뀐 투수 김강현을 상대로 142km 직구를 공략, 좌월 투런홈런까지 폭발시켰다. 시즌 28호 홈런.

게다가 노시환은 수비에서도 펄펄 날아올랐다. 특히 7회말 1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대타 손성빈이 친 강습 타구를 노시환은 점프 캐치를 통해 직선타 처리하더니, 이어 나온 정훈이 친 타구는 다이빙을 통해 직선타로 잡아내며, 두 번 연속 슈퍼캐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노시환의 이러한 활약 속에 한화는 롯데를 9-1로 완파했고, 1위 LG 트윈스와 격차를 4경기로 좁혔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한화 이글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오늘 뭐니 뭐니 해도 홈런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최대한 직구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 직구에 '늦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노리고 있던 공이 와서, 나도 반응을 해서 잘 쳤던 것 같다. 30홈런을 솔직히 생각은 하고 있는데, 달성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욕심보다는 팀이 우선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노시환은 호수비 장면에 대해선 "뒤에 나오는 투수들 때 조금 더 집중을 하려고 한다. (채)은성 선배님도 항상 그런 걸 강조하신다. 물론 선발 때도 집중은 하지만,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 긴장감을 놓을 수도 있을 때 더 도와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홈런도, 호수비도 분명 의미가 있었지만, 만루에서 지독한 침묵을 끊어낸 것도 컸다. 노시환은 "막상 생각은 안 났다. 그런데 치고 나니까 딱 생각이 나더라. '이제 드디어 깼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잔여 경기에서도 가을야구의 만루에서 좋은 안타가 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후련함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해결을 한 것에 대한 뿌듯함과 치고 나서 '이제 깼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원래 나는 이런 걸 아예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병살타도 많이 나오고, 주위에서도 '병살이 많다'는 등 계속해서 병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주자가 깔리면 그 생각이 난다. 그래서 조금 더 딜레마에 빠졌던 것 같다. 병살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걸 극복하려고 나름대로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화 이글스 노시환./한화 이글스한화 이글스 노시환./한화 이글스

현재 노시환의 수비 이닝(1134⅔이닝)은 압도적인 1위에 해당된다. 공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물망 수비로 3루를 지키고 있다는 건 한화에게 정말 큰 힘이다. 체력적 부담은 없을까. 그는 "딱히 힘든 건 없다. 그리고 중간에 쉬는 날도 있기에 체력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수비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붙었고, 방망이가 안 맞더라도, 수비에서 최대한 투수를 도와줄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빠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가 꿰찰 수 있기에 웬만하면 빠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로 이제 LG와 격차를 4경기로 좁혀낸 한화. 이번달 말 LG와 대전 3연전의 결과에 따라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노시환은 "우리 목표는 당연히 1등이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겨서 격차를 좁혀놓고, 승부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수비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중심 타자로서 팀에 도움을 많이 주지 못했다. 그래도 가을야구가 남았기에 최대한 팀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무려 404일' 걸린 만루에서 안타…"이제 드디어 깼다" '사람' 노시환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MD부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