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검찰청,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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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간 이어진 법무부 외청 체제가 종료되고,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내년 9월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각각 분리될 예정이다. 사진은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 뉴시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간 이어진 법무부 외청 체제가 종료되고,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내년 9월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각각 분리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의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이재명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간 이어진 법무부 외청 체제가 종료되고,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내년 9월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각각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독점해온 검찰 조직의 권력 집중을 해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 제 발등 찍은 검찰… 국민 눈높이 맞는 체제 개편은

검찰개혁의 명분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검찰 권력의 집중과 독점적 수사·기소 구조에서 비롯됐다.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담당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정치적 사건이나 권력형 범죄 수사 과정에서 △선택적 수사 △부실·늑장 수사 △내부 비리 은폐 의혹 등 공정성 논란과 권한 남용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 수사 권한을 분산시키고 독립적 기구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랜 기간 제기돼왔다.

실제,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제1소위가 진행한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보여진 검찰 측 증인들의 모습은 검찰의 이러한 권력 독점과 조직문화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른바 ‘관봉권 띠지 사건’에 대한 증인 심문이 이뤄졌다. ‘관봉권 띠지 사건’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된 5,000만원 관봉권의 띠지가 훼손·분실된 사건을 말한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날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한 수사관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설상가상,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검찰수사관이 준비한 자료에는 ‘남들 다 폐기해 XX들아’ ‘폐기 → 나 몰라’ 등과 같은 욕설 메모가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던졌다. 무례한 태도를 넘어, 검찰 조직이 공적 책임보다 내부 기강과 자기보호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치 검찰 권력은 ‘무소불위’임을 국민 앞에 실토한 셈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보다 자기 조직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진짜 주인(국민)까지 배반할 수 있는 오만방자한 태도는 검찰개혁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현희 최고위원은 “검찰의 공작을 검찰이 수사하게 둘 수 없다”며 “상설특검 등 독립적 수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검찰개혁은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수사권을 가진 중수청이 행정안전부 산하로, 기소권을 가진 공소청이 법무부 산하로 분리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권력 남용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면 한국 수사·기소 체제에도 역사적 전환점이 생긴 셈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 등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조직 개편방안 등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향후 검찰개혁의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중수청과 공소청이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검찰청이 폐지되면 해당 청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은 중수청과 공수청으로 대이동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기존 업무의 이관부터 핵심 인력 등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배치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인력 누수와 매끄럽지 못한 업무 이관이 이뤄질 경우 안정적인 수사체계를 구축하는데 대혼선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도 남은 과제 중 하나다. 민주당 측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유지할 경우 사실상 수사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경찰과 중수청 권한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공소청 검사의 최소한 안전장치라는 이유로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권한 남용 문제를 넘어, 국민의 기본권과 피해자 보호라는 본질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TF를 통한 세부 설계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국민 눈높이가 기준이 돼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는 한국 형사사법 체제의 대전환이다. 하지만 진정한 개혁 여부는 조직의 이름이 사라지는 것에 있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체계적 개편과 문화 혁신에 달려 있다. 역사적 전환점에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실질적 권한 남용을 막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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