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절차 본격화… 명인제약이 넘어야 할 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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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재추진에 나선 명인제약은 오는 9일부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 명인제약
상장 재추진에 나선 명인제약은 오는 9일부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 명인제약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잇몸질환치료제 ‘이가탄’과 변비치료제 ‘메이킨’ 등으로 유명한 중견 제약사 명인제약이 본격적인 코스피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2008년과 2019년에 이어 어느덧 세 번째 상장 도전이다. 상장의 성패를 가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임박한 가운데, ‘승계용 상장’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지목된다.

◇ ‘승계용 상장’ 지적 속 보수적 기업가치 산정

중견 제약사 명인제약은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해 지난 7월말 승인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2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3일엔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내용을 보강하기도 했다.

명인제약은 이번 상장을 통해 340만주를 공모하며, 구주 매출 없이 모두 신주로 발생한다. 희망공모가는 4만5,000원~5만8,000원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른 공모 규모는 1,530억원~1,972억원, 시가총액 규모는 6,570억원~8,468억원이다.

명인제약은 1985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대중적으로는 ‘이가탄’과 ‘메이킨’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중추신경계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명인제약은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이 70대에 접어든 가운데, 승계 비용 절감을 위해 상장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명인제약

업계에선 ‘알짜’로 정평이 나있기도 하다. 명인제약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단기투자자산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2,777억원에 달하고, 이익잉여금은 5,617억원이 쌓여있다. 부채비율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사업적인 측면 역시 성장세가 뚜렷할 뿐 아니라, 수익성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재무적·사업적으로 준수한 이러한 모습은 오히려 상장 목적에 물음표가 붙게 한다. 여기에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이 70대에 접어든 점, 과거 일감 몰아주기 등 승계와 관련된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는 점 등이 더해지면서 ‘승계용 상장’이란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장 과정 및 이후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돼 승계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이 쏟아진 것이다.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하면서 기업가치가 비교적 보수적으로 산정된 점은 이러한 의혹의 시선을 키운다. 명인제약 공모가 산정은 기업가치배수(EV/EBITDA) 방식이 적용됐으며, 비교기업으로는 유나이티드제약, 보령, 종근당이 선정됐다.

눈길을 끄는 건 할인율이다. 당초 산정된 주당 평가액은 8만5,804원이었는데, 47.6%~32.4%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이 같은 할인율은 2022년 이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상장사들이 적용한 평균치인 19.89%~32.82%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대표주관사 측은 △명인제약의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고, 비교기업에 비해 수출 비중이 작은 점 △국내 약가인하 정책 시행 등으로 실적 변동이 높을 수 있는 점 △현재 연구개발 중인 신약은 2027년 출시 예정으로 임상 성공여부 및 출시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명인제약은 ‘승계용 상장’이란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승계를 위해선 비상장 상태가 더 유리하고, 상장 추진은 R&D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신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상장이 마무리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며, 주주환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명인제약의 상장은 ‘진의’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서는 것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아울러 이는 중대 관문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명인제약은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공모가액은 오는 17일 확정되며,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은 18일~19일 진행될 예정이다.

창립 40주년을 맞아 세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선 명인제약이 성공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데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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