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마저 무너졌다’ 하나씩 깨져가는 파이팅 너즈의 무패 행진, 어깨가 무거워진 제앙 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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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너즈 소속 페더급 파이터 제앙 실바(왼쪽)./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김희수 기자] 파이팅 너즈의 하락세 속에서 제앙 실바의 어깨가 무겁다.

카이오 보할류를 중심으로 2014년 결성된 브라질의 MMA 팀 파이팅 너즈(The Fighting Nerds)는 최근 UFC에서 가장 뜨거운 팀 중 하나였다.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과 이를 옥타곤 위에 구현하는 뛰어난 전략 수행 능력, 팀 이름에 걸맞은 테이프를 감은 안경을 활용한 이미지 마케팅까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가 많았다.

파이팅 너즈 소속 파이터들의 상승세도 엄청났다. 팀 리더나 다름없는 미들급의 보할류를 축으로 팀의 간판 파이터들인 카를로스 프라치스(웰터급), 마우리시오 루피(라이트급), 제앙 실바(페더급)가 UFC 입성 후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넓혀 갔다.

이들은 빼어난 경기력에 각자의 개성까지 갖춘 선수들이다. 보할류는 화학-수학 교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출신 성분이 화제였고, 프라치스는 파이터로서는 드문 엄청난 애연가로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담배를 피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루피는 코너 맥그리거의 젊은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스탠스와 킹 그린전에서의 그림 같은 뒤돌려 차기 KO로 팬들을 사로잡았고, 실바는 경기 전후로 선보이는 개 짖는 소리를 내는 퍼포먼스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최근 파이팅 너즈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선수들의 무패 행진이 하나씩 깨져가는 중이다. 가장 먼저 패배를 기록한 선수는 프라치스였다. 지난 4월 27일(이하 한국 시간) 치러진 UFC 파이트 나이트 메인이벤트에서 이안 개리에게 만장일치 판정패(47-48, 47-48, 46-49)를 당했다. 장기인 타격에서 유효타 %가 밀렸고(개리 52%, 프라치스 48%), 네 차례의 테이크 다운을 허용하며 3분 이상의 컨트롤 타임을 내주기도 했다.

다만 프라치스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4-5라운드에는 오히려 주도권을 잡기도 했고, 개리의 테이크 다운 시도를 15회나 저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기 내용으로 인해 프라치스의 첫 패배로 파이팅 너즈의 추락까지 걱정하는 여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로 8월 17일에 치러진 UFC 319에서 제프 닐을 깔끔하게 백스핀 엘보우 KO로 잡으며 반등에 성공한 프라치스였다.

그런데 이후 두 명의 파이팅 너즈 파이터가 추가로 패배를 적립했다. 7일 프랑스에서 치러진 UFC 파이트 나이트에서 각각 코메인이벤트와 메인이벤트에 나선 루피와 보할류도 UFC에서의 첫 패배를 당한 것. 루피는 브누아 생 드니를 상대로 2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 서브미션 패배를, 보할류는 나수르딘 이마보프를 상대로 만장일치 판정패(46-49, 46-49, 45-50)를 당했다.

루피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1분도 되지 않아 생 드니의 케이지 압박-테이크 다운 콤보에 당하며 땅에 등을 댔다. 그가 원하지 않은 경기의 흐름이었다. 적극적인 하위 움직임으로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체력을 많이 소모해야 했고, 이후에도 생 드니의 그래플링 압박에 고전했다. 결국 2라운드에도 같은 방식으로 테이크다운을 허용한 루피는 백을 잡힌 뒤 턱까지 걸린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내주며 패했다. 중심이 높고 디펜스 레슬링이 약한 타격가들의 전형적인 패배 패턴이었다.

UFC에서의 첫 패배를 당한 마우리시오 루피./게티이미지코리아

보할류는 루피와 달리 5라운드를 버티는 데는 성공했다. 게다가 이마보프의 써밍이 3라운드와 5라운드에 두 차례나 나왔는데도 감점이 들어가지 않은 점도 불운했다. 무엇보다 UFC 319의 미들급 타이틀전 백업 파이터로 나서며 이미 감량고를 겪었던 보할류가 한 달도 되지 않는 텀으로 또 감량을 한 것이 컨디션에 무리를 준 것이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결과는 패배였다. 주짓수 옵션이 있기에 챔피언 함자트 치마예프의 그라운드 게임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는 도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이제는 조금 길을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프라치스에 이어 루피와 보할류까지 패배를 당하며 이제 파이팅 너즈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는 제앙 실바 한 명만이 남았다. 그는 2023년 UFC 데뷔 이후 파괴적인 경기력으로 5연승을 달리고 있고, 직전 경기에서는 랭커 수문장 브라이스 미첼을 상대로 2라운드 길로틴 초크 서브미션 승을 거두며 8일 기준 페더급 랭킹 10위에 올라 있다.

루피를 안아주는 실바와 그들의 뒤에 선 카를로스 프라치스./게티이미지코리아

실바의 다음 경기는 14일 미국 샌안토니오 프로스트 뱅크 센터에서 치러지는 노체 UFC의 메인이벤트인 랭킹 2위 디에고 로페스와의 맞대결이다. 화끈함으로는 체급 내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선수의 맞대결인 만큼 팬들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실바로서는 탑 랭커이자 직전 경기 타이틀 도전자였던 로페스를 잡으면 바로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콜 아웃할 명분이 생긴다.

파이팅 너즈의 계속된 패배 적립은 본격적인 하락세의 신호일까, 혹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까. 실바의 경기 결과는 그 답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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