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증시 정책 역주행…한 달 새 미국으로 떠난 10조원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재명 정부의 잇따른 정책 혼선에 국내 증시가 '박스피'에 갇혔다. 한 달 만에 10조원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 국장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346억595만달러(약 187조2234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121억181만달러(약 156조569억원) 수준이었던 보관액은 8개월 만에 31조원가량 불어났다.

특히 7월31일 정부가 증시 활성화에 역행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0조원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 5월과 6월 각각 13억1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 2억3000만달러(약 3226억원)를 순매도했던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들은 세계 최대 이더리움(ETH) 금고로 여겨지는 비트마인,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 엔비디아,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그래픽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 등을 순매수했다.

주목할 점은 환율 부담에도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350.0원까지 내렸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4일 1392.5원까지 3.15% 상승했다. 통상 환율이 높은 국면에서는 미국 주식 매수가 줄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감수하고도 투자한 것은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코스피는 1.83% 하락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미국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2.75%, 3.00% 상승했다. 국내외 증시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또한 거래대금도 눈에 띄게 줄었다. 6월 15조1998억원에 달했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8월 10조3929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고객예탁금도 7월 초 70조원을 넘었으나 이달 3일 기준 65조원으로 줄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던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하며 상법 개정 등 증시 친화적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후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투자자 기대는 크게 꺾였다.

대표적으로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려던 방안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 대규모 매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반발했고, '대주주 양도세 하향 반대' 국민동의청원에는 14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정부는 부과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한 달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단계적으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히며 투자자 반감을 키웠다. 현행 0.15%인 코스피·코스닥 거래세율을 0.20%로 높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안도 내놨지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국내 증시가 '박스피'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뚜렷한 변화는 없지만, 이를 의식한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며 "거버넌스 개선 모멘텀은 당분간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자 주식 투자자들이 열광하며 자금이 빠르게 몰려들었다"며 "그러나 이후 자본시장 친화와는 거리가 먼 세제 정책이 거론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머니 무브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세제 개편안은 오히려 증시를 침체시키는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하며 "2000억원 내외의 세금을 더 걷으려다 수조원 규모의 거래세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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