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인공 인간’의 시대는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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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전과학기술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의 등장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인공자궁부터 합성인간까지, 그동안 SF영화, 소설 속 이야기는 이제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최근 유전과학기술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의 등장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인공자궁부터 합성인간까지, 그동안 SF영화, 소설 속 이야기는 이제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의 SF작가 로빈 쿡의 소설 ‘돌연변이(Mutation, 1989)’에서 주인공 빅터는 천재 유전공학자다. 그는 유전공학기술을 이용, ‘슈퍼 인공인간’ 아들을 얻게 된다. VJ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인공인간은 일반 인간의 지능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VJ는 이를 악용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이 소름끼치는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유전과학기술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의 등장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인공자궁부터 합성인간까지, 그동안 SF영화, 소설 속 이야기는 이제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 ‘인공자궁’을 통한 출산 가능성 열릴까

지난달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년 글로벌 로봇공학 컨퍼런스’에서 중국의 로봇 기업 ‘카이오와 테크놀로지’ 창립자 장치펑이 참가했다. 그는 이 컨퍼런스에서 ‘대리모 로봇’을 1년 내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로봇 내부에 인공 자궁을 재현해 태아의 수정부터 출생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발표된 후 전 세계 로봇·생물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이 소식이 사실인지에 대한 검증도 진행 중이다. 다만 국내외 언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해보면 이 발표는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인공자궁과 관련해 기술적·윤리적 수준이 아직 완성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최정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공자궁은 아직 기술적으로나 윤리적 측면에서나 갈 길이 멀다”며 “중국에서 나온 뉴스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선 이번 인공자궁 대리모 로봇 소식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생명과학기술 발전 수준으로 가늠하면 근미래 정말로 인공자궁에서 사람이 태어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이미 인공자궁 관련 연구는 해외서 일부 조건 하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7년 4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연구진은 인공자궁에서 조산된 새끼양 8마리를 3~4주간 생존시키는데 성공했다.

CHOP 연구진은 현재 실험에 사용한 ‘ 자궁외 환경(EXTEND)’ 장치를 첫 번째 인체 임상 시험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CHOP 연구팀은 이 기술을 초미숙아의 생존율 개선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시험 승인이 된다면 인간의 경우 임신 28주 이전, 즉, 만삭까지 70% 미만의 미숙아가 이 장치를 사용할 것 예정이다.

연구책임자인 제니퍼 L. 코헨 CHOP 소아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미숙아의 폐가 공기와 만나는 순간인 첫 호흡에서 손상을 받게 된다”며 “EXTEND 장치는 아기가 공기에 노출되지 않고 대신 액체를 계속 흡입해 인공자궁에서 안정적 의료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4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연구진은 인공자궁에서 조산된 새끼양 8마리를 3~4주간 생존시키는데 성공했다./ Nature
2017년 4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CHOP) 연구진은 인공자궁에서 조산된 새끼양 8마리를 3~4주간 생존시키는데 성공했다./ Nature

◇ 남자 혹은 여자 혼자 ‘아이’를 가질 수도 있다

일단 ‘인공인간’을 구현할 인공자궁기술의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이 자궁에서 자라게 될 인간의 ‘태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까. 놀랍게도 일단 ‘불가능’은 아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학교 의학대학원 줄기세포생물학 연구팀이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수컷 실험용 쥐로부터 ‘기능적 난모세포’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쉽게 말해 수컷 쥐가 ‘난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연구팀은 수컷 생쥐의 피부세포를 채취한 다음, 이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재설계했다. 이 줄기세포에서 수컷의 Y염색체를 삭제했다. 그 다음, 다른 세포가 가진 X염색체를 조립, 여성이 갖는 염색체인 ‘XX염색체’ 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XX염색제 세포를 연구팀은 난소 오가노이드(인공장기)에서 배양했다. 이 난소 오가노이드는 생쥐 난소 조건과 똑같은 모양으로 설계됐다. 이렇게 얻은 인공 난소를 수컷 쥐의 정자와 수정시켜 600여개의 배아가 탄생했다. 이를 대리모 쥐에 이식한 결과, 총 7마리의 건강한 새끼 쥐가 태어나는데 성공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인간 기준으로 생각 해보자. 먼저 어떤 남성의 피부세포를 채취한다. 이 세포를 줄기세포로 변형한 다음, ‘인공난자’를 만든다. 이를 자신의 정자와 수정시킨다. 수정된 배아를 인공자궁에 이식한다. 배아가 자라 인간 아기가 태어난다. 즉, 어머니 없이 남성 1명만으로도 인간의 출산이 가능한, 일종의 ‘인공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성적으로 성숙한 수컷 실험용 쥐의 꼬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완전한 난자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수정 후 자손 출산까지 가능함을 증명했다”며 “이 연구는 성염색체 또는 상염색체 이상으로 불임을 가진 부부들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부계 생식 가능성도 열어준다”고 전했다.

물론 이 정도 수준으론 아직 완전한 ‘인공인간’의 단계로 보기엔 어렵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인공인간이라고 한다면 실제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난자와 정자를 인공자궁에 착상만 하고 태어나게 한다면 이것은 ‘순수한 인공인간’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최정균 KAIST 교수는 “인공인간은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디자인해야 가능한데 난자를 생산하고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게 한다는 것만으로 순수한 인공인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난자를 생산한다고 해서 유전 정보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체세포 기증자의 자연적인 유전 정보가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학교 의학대학원 줄기세포생물학 연구팀이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팀은 수컷 실험용 쥐로부터 ‘기능적 난모세포’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실제 인공난자세포를 이용해 태어난 실험용 쥐(우측). 좌측은 이 생쥐들이 성체로 자란 모습./ Nature
일본 후쿠오카 규슈대학교 의학대학원 줄기세포생물학 연구팀이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팀은 수컷 실험용 쥐로부터 ‘기능적 난모세포’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실제 인공난자세포를 이용해 태어난 실험용 쥐(우측). 좌측은 이 생쥐들이 성체로 자란 모습./ Nature

◇ 인공인간의 구현, 기술적·윤리적 조건에 아직 ‘불가능’

윤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술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은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 속도보다 기술 완성 속도를 빠르게 할 수 가능성도 존재한다. AI기반의 합성생물학은 생물 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 구조를 분석·설계하는데 특화돼 있어서다. 때문에 학계 전반의 우려도 큰 상황이다.

실제로 글로벌 산업조사업체 ‘커스텀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인공자궁장치 시장은 연간 12.31%의 시장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관련 기술 시장 규모는 올해 3억4,898만달러(약 4,857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4년엔 9억9,236만달러(약1조3,822억원)까지 3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커스텀마켓인사이츠는 “AI 기반 알고리즘은 산소 공급 수준, 영양 공급 및 성장 평가와 같은 입력을 실시간으로 사용해 거의 완벽한 정확도를 보장한다”며 “임신 과정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인공자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적 오류를 줄여 시스템 신뢰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윤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아직 인공자궁 및 인공인간의 구현은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술적 부족뿐만 아니라 이를 악용할 가능성을 과학계에서 사전에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적으로 인간 배아 실험은 엄격한 제안 하에 이뤄지고 있다. 일명 ‘14일 규칙’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는 14일 이후 인간의 배아가 생명에 가까워지므로 실험에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합의된 규제다. 지난 199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 12개국 실험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균 KAIST 교수는 “태아가 훨씬 큰 다음인 22주 차에 조산되는 경우 기계 장치를 통해 키우는 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고려하고 있는 임상 시험”이라며 “그러나 수정란의 생성 후 14일을 지나는 극초기 단계를 체외에서 키울 수 있어야 진정한 인공자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나아가 인공인간은 인공자궁 자체보다는 유전자 편집, 교정, 합성 등이 윤리적으로 훨씬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며 “진짜 인공인간의 형성은 유전자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고 인공자궁은 인공 생식 도구이지 인공인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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