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서 끝난 줄 알았는데…1.1억원에 FA 미아 탈출→은근슬쩍 3할, 하주석 안 죽었다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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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석/한화 이글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한화 이글스는 2024-2025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전광석화처럼 FA 엄상백과 심우준 영입에 성공했다. 선발진 후미와 센터라인을 보강한 쾌거였지만, 모든 선수가 웃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한화에서 FA 자격을 얻어 권리를 행사한 하주석에겐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주석/한화 이글스

심우준 영입은 곧 한화가 하주석을 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주석은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두 자릿수 홈런도 세 차례 때렸고, 2021년엔 타율 0.272에 68타점을 생산했다.

그러나 2022년 헬멧 투척 사건, 음주운전 사건 등으로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징계를 소화하고 돌아오니 더 이상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전임감독은 이도윤을 주전 유격수로 중용하며 하주석을 백업으로 썼고, 김경문 감독 체제에선 오히려 구단이 심우준으로 3유간을 업그레이드했다.

실제 한화는 심우준을 4년 50억원에 FA 계약한 뒤 한동안 하주석에게 거리를 뒀다. 하주석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구단도 거의 없었다. 결국 한화는 지난 1월 하주석과 1년 1억1000만달러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1라운드 1순위 프랜차이즈 스타의 굴욕이었다.

예상대로 주전 유격수는 심우준이었다. 하주석은 간혹 백업으로 기용됐다. 전임감독 시절엔 3루수로도 뛰었고, 김경문 감독은 하주석을 2루수로 기용했다. 하주석이 살아남기 위해선 내야 전 포지션을 백업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해야 하나. 한화는 올해 중앙내야의 공격력이 약하다. 심우준이 부상으로 빠진 시기도 있었고, 본래 수비형 유격수다. 주전 2루수는 안치홍의 부진 속에 황영묵이 꿰찼지만 공격력이 떨어져 이도윤과 하주석에게도 기회가 왔다. 하주석은 그렇게 조금씩 타석 수를 늘려갔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전반기보다 경기력이 널을 뛴다. 그러나 하주석의 타격감은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다. 8월 20경기서 54타수 18안타 타율 0.333 5타점이다. 9월에는 3경기서 12타수 6안타 타율 0.500 1홈런 3타점. 후반기에만 34경기서 타율 0.330 1홈런 11타점이다. 그 결과 시즌 82경기서 230타수 69안타 타율 0.300 3홈런 23타점 OPS 0.732 득점권타율 0.339다.

화려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타선이 강하지 않은 한화에 이 정도의 백업이 있는 건 엄청난 이점이다. 최근 김경문 감독은 굳이 1위 LG 트윈스를 무리하게 추격하는 것보다 선수기용폭을 넓히며 주축멤버들의 체력안배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본래 백업인 하주석의 출전은 당연히 들쭉날쭉하다. 그럼에도 하주석은 출전할 때마다 좋은 타격감을 이어간다. 이러니 김경문 감독도 하주석을 안 쓸 수가 없다. 급기야 9월 3경기서는 모두 유격수로 내보냈다.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결장했다.

1억1000만원짜리 선수가 이 정도 활약이면 엄청난 가성비라고 봐야 한다.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리 모르겠지만, 올 시즌 후 FA 계약은 끝나도 일반 연봉계약 신분으로 전환된다. 그러면 연봉인상 요인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주석/한화 이글스

하주석이 한화의 가을 특급조커가 될 분위기다. 심우준이 오면서 하주석은 끝났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하주석은 보기 좋게 이를 뒤집었다. 이른바 유쾌한 반란이다. 이래서 야구도 인생도 한치 앞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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