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의대’ 설립 본격화…의료계 반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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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보건 공약인 ‘공공의료 사관학교(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내년도 예산에 연구·설계비 39억원을 신규 편성하면서 본격적인 밑그림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의료계의 거센 반대 기류가 여전해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에는 ‘공공의료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 항목에 총 39억원이 반영됐다. 세부적으로는 연구 용역비 3억원, 실시 설계비 36억원이다. 지난해까지 편성되지 않았던 신규 사업으로, 사실상 대통령 공약 이행의 첫 단계라는 의미가 크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인천·전북·전남 등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공의대 입학생들은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 학업 비용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받는 대신, 졸업 후 일정 기간 공공병원이나 의료 취약지에서 의무 복무해야 한다. 중도 탈락 시 지원금 환수 조치도 따른다.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전공의 충원 불균형이 있다. 올해 하반기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 결과, 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 인기 과목은 충원율이 90%에 육박했지만, 심장혈관흉부외과(4.9%), 소아청소년과(8.0%), 지방 산부인과(27.6%) 등 필수의료 분야는 심각한 미달 사태를 빚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산부인과 수련병원의 충원율이 절반 이상(58.3%)에 달한 반면, 비수도권은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이는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을 포함해 취약지 인력 양성을 위한 전체 예산을 올해보다 250% 넘게 늘려 149억5700만원을 배정했다. 공중보건장학제도(10억3800만원), 시니어 의사 지원(72억2500만원), 지역필수의사제 운영비(27억9400만원) 등이 포함됐다.

또 정기국회에서 ‘필수의료특별법’과 ‘지역의사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의사법은 지방 의대가 별도 전형을 운영해 지역 의무 복무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가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근무 환경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명확한 설계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로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공의료 인력 확충은 대통령 공약이자 국가 과제”라며 “국민과 학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대화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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