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A씨는 배관의 이음부나 접합부 따위를 고정하는 패킹인 개스킷(gasket) 등의 자재들을 취급하는 어느 도소매업체에서 근무했다. 약 40년이 지난 2022년경 갑작스런 흉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악성중피종이라는 진단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의료진은 이 질환이 석면 노출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A씨는 한 번도 석면을 다뤘다는 인식 없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이처럼 작업 특성상 석면에 노출될 수 있는 일을 했던 경우, 비록 과거에는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산재 신청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 석면은 무엇인가? - 보이지 않는 위험의 시작
석면(Asbestos)은 자연 상태에서 채굴되는 광물로, 열에 강하고, 마찰과 화학작용에 잘 견디며, 단열성과 절연성이 뛰어난 물질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과거에는 건축 자재 외에도 각종 산업용도로 폭넓게 활용됐다. 석면은 크게 △백석면(Chrysotile) △갈석면(Amosite) △청석면(Crocidolite)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백석면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에 석면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후 유해성이 사회적으로 드러난 이후인 2009년에 들어서야 전면 사용 금지됐다. 석면을 한 번 흡입하면 폐 조직에 그대로 남아서 수십 년 뒤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하게 된 것이다.
◆ 석면 관련 직업병은?
석면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발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성 질환은 다음과 같다.
・악성중피종(Malignant Mesothelioma) 흉부 외벽에 붙어있는 흉막이나 복부를 둘러싼 복막,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 표면을 덮는 중피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의미한다. 잠복기는 20~40년에 이른다. 발병 후 1~2년 이내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폐암(Lung Cancer) 석면으로 인한 폐암은 석면에 노출된 후 10~35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자가 석면에 노출됐을때 폐암의 발병률이 50배 이상 높아진다. ・석면폐증(Asbestosis) 석면에 고농도로 노출 시 발병하는 질병으로, 폐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 및 섬유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10~30년이다. |
이처럼 석면 관련 질환은 대부분 잠복기가 길고, 발병 이후 치료가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따라서 석면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을 중단한지 오랜 시간 지났다고 하더라도 관련 직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의심하고 검토해야 한다.
◆ 어떤 직종이 석면 노출 위험 직무로 분류될까?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된 2009년 이전 일정 기간 동안 아래와 같은 석면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을 수행한 자라면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폐증 등의 발병과의 인과관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배관이나 보일러 시공, 보수 및 점검 ✓냉난방, 소화 설비 설치 및 보수 ✓플랜트 건설현장에서의 비계, 배관 설치 및 해체, 용접 작업 ✓변전실, 기계실 등에서의 전기설비 시공, 보수 및 점검 ✓보온재, 개스킷 등의 배관 자재 취급 |
과거에 이러한 직무를 수행했다면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더라도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 석면 관련 직종에 종사한 적이 없다면?
간혹 석면 취급과는 거리가 먼 직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직업적 노출에 따른 발병으로 볼 수 없겠지만, 생활환경에서의 노출로 인한 발병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직업적 측면이 아닌 생활환경 측면에서의 노출은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 주택에 장기간 거주한 경우 △석면 광산 인근에서 거주한 경우 △석면 작업자의 작업복을 세탁한 경험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따라서 석면이 직업적 원인 아닌 다른 경로로 노출된 해당 건강피해자는 '석면피해구제법' 제5조에 따른 각종 구제급여를 받을 수 있다.
◆ 마무리하며
석면 사용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지만, 그 위험은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과거 석면이 함유된 자재를 직접 다뤘던 근로자들에게는 석면 질환이 수십 년 뒤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후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직업력을 점검해보고,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주저 없이 전문가와 함께 산재 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하겠다.

허종화 노무법인 소망 부대표노무사
現 강북노동자복지관 노동법률상담위원
前 서울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전문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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