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금융당국이 고의적인 회계부정에 대해 개인 과징금을 최대 2.5배까지 대폭 상향하고, 회사 총수나 실질적인 지시자도 제재 대상으로 포함하는 강경 대응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그간 책임을 회피해 온 지시자, 계열사 임원 등도 엄정한 제재를 피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회계부정 제재 강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불공정행위를 근절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권대영 신임 증권선물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무제표 허위 공시 등은 시장의 기본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라며 “경제적 유인을 철저히 박탈하는 수준으로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회계부정 과징금의 전면 상향이다. 증선위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적발된 회계부정 사례에 이번 방안을 적용할 경우, 기업은 평균 1.5배, 개인은 평균 2.5배까지 과징금이 늘어난다.
감사자료 위조, 은폐, 조작 등 고의적인 분식회계는 횡령·배임 등 중대 경제범죄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특히 회계부정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매년 30%씩, 중과실이 2년을 초과하면 매년 20%씩 가중처벌된다.
기존에는 회사로부터 직접 보수를 받지 않거나, 임원 등 공식 직책이 없는 경우 과징금 부과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방안은 이런 ‘책임 회피 구조’를 원천 차단한다.
앞으로는 총수, 업무지시자, 계열사 임원 등 실질적 책임자도 과징금 대상에 포함된다. 회사로부터 직접적 보수를 받지 않더라도, 사적 이득을 취했거나 회계를 지시한 자라면 책임을 묻게 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개인의 과징금이 회사 과징금의 10%를 초과할 수 없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를 20%로 2배 상향했다. 기존 과징금 부과 건 중 약 70%가 법적 한도 때문에 실질 책임보다 낮게 제재되었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이와 함께 감사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감사자료 위조, 허위 제출, 재고 실사 방해 등은 고의 분식회계와 동일한 수준으로 처벌된다.
내부회계 관리 제도가 부실한 기업에 대한 제재도 추가됐다. 회계 지적사항이 3건 이상이고, 위반금액이 중요도의 8배를 초과할 경우, 감사인 지정 및 외부감사 조치가 1~3년간 부과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기업의 자발적 시정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과징금 감경 및 면제 인센티브 제도도 함께 도입했다. 내부감사 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거나, 새 경영진이 과거 회계부정을 신속히 조사·정정하고 관련자 교체, 재발방지책을 마련한 경우에는 과징금을 최대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와 함께 금융감독원도 이번 강화 방안을 바탕으로 외부감사법 및 시행령·규정 개정을 추진하며, 2026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외부감사법 전면 개정 이후 2025년 상반기까지 적발된 회계부정 사례는 총 490건, 부과된 과징금은 약 1000억원에 달한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에 대해 “고질적인 분식회계 근절의 전환점”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실질 지시자까지 책임을 묻는 구조는 시장 전반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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