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승인하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전쟁이 본격화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파이프라인과 기술수출을 앞세워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MASH 치료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가속 승인했다. 이 승인으로 위고비는 중등도~중증 간 섬유증(F2~F3기)을 가진 성인 환자의 비간경변성 MASH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세포에 지방이 쌓여 간 염증과 손상이 생겨 간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간경화·간암·간부전 등 중증 간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질환 특성 탓에 수년간 개발 실패가 이어졌지만, 지난해 3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경구형 MASH 치료제 '레즈디프라'가 FDA 승인을 받으며 세계 처음으로 치료 옵션이 열렸다.
위고비는 성인 비만 치료에 쓰이던 주사제형 GLP-1 약물이다. 3상 임상 72주차 분석에서 위고비 투여군의 63%가 MASH가 해소되고 간 흉터가 더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위약군은 34%에 머물렀다. 또 위고비 투여군의 37%는 간 흉터가 호전되면서 MASH도 악화되지 않았지만, 위약군은 22%에 불과했다.
GLP-1 호르몬은 뇌의 식욕 중추에 신호를 보내 음식을 덜 먹게 만든다. 섭취량이 줄면 자연스럽게 체중이 빠지고, 체중이 줄면 간에 쌓이는 지방도 줄어든다. 간에 지방이 덜 쌓이면 염증과 섬유화가 완화돼 간 기능이 좋아진다. 결국 체중 감소 → 지방간 완화 → 간 건강 개선이라는 연결고리 덕분에, GLP-1 약물이 비만과 MASH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게 된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MASH 파이프라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글로벌 2b상을 진행 중이다.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바이오 신약이다. 또 지난 2020년 미국 MSD에 기술 이전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역시 MASH 임상 2상 중이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메타비아는 MASH 치료 물질 'DA-1241'의 임상 2a상을 완료했다. DA-1241은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 GPR119를 활성화시키는 합성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전임상에서 지방간 및 간 섬유화 개선 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글로벌 임상 1상 파트1에선 안전성과 내약성이, 파트2에선 체중 감량 효과 등이 나타났다. 메타비아 측은 “MASH 치료제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병용 전략을 검토 중이며, 이번 연구를 후속 임상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에서 임상 개발 중인 MASH 치료제 'DD01' 2상의 전체 환자 대상 24주차 투약을 완료했다. DD01은 GLP-1과 글루카곤(GCG)을 동시에 표적하는 장기 지속형 이중 작용제로, 간 지방을 직접 제거해 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임상 2상 12주차 중간 데이터에서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지방간 감소 효과를 보여 1차 평가 지표를 조기 달성했다. 현재 회사는 JP모건 등과 협력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릭스는 간 섬유화를 동반한 MASH와 비만 등 심혈관·대사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 'OLX702A'를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으며, 향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일라이 릴리에 OLX702A의 독점적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약 91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민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약 78억달러(약 10조원)에서 2033년 318억달러(약 4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MASH 환자는 2021년 기준 약 41만명이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환자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간경화, 간부전, 간암 등 고비용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 의료재정에 부담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에서 간질환으로 이어지는 확장 전략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겼다"면서 "국내 기업들도 기전 차별화와 기술수출을 통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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