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레전드’ 최광희 “선수들 실력 키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MD더발리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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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남양초 최광희 감독./유진형 기자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4강 감동을 선사한 지 4년 만에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39위로 추락했다. 올해는 희망의 끈을 잡았던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퇴출을 당했다. ‘한국 여자배구 레전드’ 최광희 감독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최광희 감독은 현재 화성 남양초 배구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의 고향인 화성에서 배구 꿈나무들과 함께 코트에 나서고 있다.

최광희 감독의 선수 시절 발자취도 화려하다. 1974년생인 그는 수원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를 거쳐 1993년 당시 실업팀 한일합섬에 입단해 5년을 보냈다. 1998년에는 KT&G(현 정관장)로 이적해 2007년까지 머물렀다. 2005년에 출범한 V-리그에서도 3시즌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V-리그 첫 시즌이었던 2005시즌에는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고, 동시에 MVP 영광을 안았다. 2013-2014시즌이 끝난 뒤에는 V-리그 10주년 베스트7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와 리베로로 맹활약한 최광희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기도 했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2000 시드니올림픽, 2004 아테네올림픽까지 경험했다. 2002년 세계선수권에서는 6위로 대회를 마치기도 했다. 그 때 당시 한국 여자배구의 국제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지난 기억을 떠올린 최광희 감독은 “올림픽에 세 번 나가기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일본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예선전이었다. 그 때 러시아를 만나 3-2로 이긴 경기가 있었다. 그 때 당시 무릎이 아픈 상황이었는데, 공격 과정에서 장신 러시아 선수들의 블로킹 틈 사이로 공이 다 빠지더라. 그 때 쾌감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어렵게 아테네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획득하고 돌아왔다. 갔다 와서 방송 3사 인터뷰도 했었다(웃음)”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V-리그 첫 챔피언결정전 기억도 생생하다. 최광희 감독은 “그 때 한국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났는데, 대부분 한국도로공사의 우승을 예상하곤 했다. 그 예상을 뒤엎고 우리가 우승을 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2007년 현역 은퇴를 결심한 뒤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2008년 창단된 남자배구 실업팀 화성시청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대한배구협회 지원 하에 전력 분석 공부에도 매진했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 당시에도 최광희 감독이 전력 분석을 맡았었다. 화성 남양초와는 2017년부터 동행이 시작됐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FIVB

올해 한국 여자배구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마음도 컸다. 최광희 감독은 “사실 제일 속상한 건 선수들이다. 주변에서 안 좋은 말들도 많지만 선수들이 제일 아플 거다. 어떻게 여자배구 발전을 위해 도울 수 있을지 다같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선수, 지도자, 협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또 국내에서도 선수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일본은 인프라 자체가 다르다. 선수 자원이 풍부하다. 2부리그도 있고, 클럽팀도 활성화 돼있다. 대회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프로 대회밖에 없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최광희 감독은 “우리가 대표팀으로 뛰던 당시에도 힘들었다. 가까스로 올림픽에 나갔었다. 물론 지금은 유럽 국가들에 좀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가장 힘들겠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며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한편 한국 여자배구는 내년 아시아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쌓아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32개 팀이 참가하는 2027년 세계선수권 출격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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