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벼랑끝’ 석화업계 지원에도 업황 반등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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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력 약화로 벼랑끝에 내몰린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석화업계의 사업재편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석화업계의 업황을 회복하려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단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1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과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이지만 더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라며 “타당한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 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권이 갖고 있는 석화 기업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현재 약 30조원에 달한다. 은행권 대출과 시장성 차입이 각각 절반씩 차지한다.

그러면서도 권 부위원장은 ‘선 자구노력 후 지원 조치’를 강조했다. 석화업계가 대주주 고통분담이나 자구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성공적인 사업재편을 위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기업들은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 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 1470만톤의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톤을 감축하고 사업 구조를 고부가·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석화 기업이 연말까지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해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정부는 금융·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권은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에 나선다. 석화 기업 지원 조치로 대출 만기 연장, 상환유예 및 신규대출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만으로 석화업계의 업황이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향후 증설될 중국·인도산 화학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으로 국내 유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침투율 상승으로 가솔린·디젤 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프타 생산 확대 이후 화학제품 생산 증가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보다 유틸리티 비용이 높은 유럽에서는 자체 생산능력 감축과 외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병행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 수요 변화를 감안할 때, 범용 제품 중심의 수출 전략은 국내 업체의 경쟁력 열위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추가적인 업황 악화를 방지하려면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을 감축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단독으로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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