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해킹에도 ‘요금 인하’ 없다…수익 방어에 ‘짠돌이’된 통신사

마이데일리
(왼쪽부터) 유영상 SKT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통신 3사가 요금 인하에는 지갑을 닫고 혜택 공세로 버티기에 나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보안 사고, 번호이동 급증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리워드·커머스·데이터 추가 제공으로 ‘체감가 인하 효과’를 내세우며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 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리워드 기반 락인을 확대하고 있다. ‘캐시리워드’ 가입자는 40만명을 넘어섰고, 적립 포인트는 통신요금 차감은 물론 공식 온라인몰 ‘KT닷컴 핫딜’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약정 없는 온라인 전용 ‘다이렉트’ 요금제와 만 29세 이하 대상 ‘Y덤(데이터 2배)’ 혜택도 확대해 가격 인하 대신 맞춤형 혜택으로 체감가를 낮추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같은 기간 2분기 무선 ARPU는 3만5236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고, 5G 보급률도 79.5%까지 올라섰다.

SK텔레콤은 보안 사고 보상 명목으로 대규모 혜택을 내놨다. 8월 한 달 요금 50% 자동 할인과 8~12월 매월 데이터 50GB 추가 제공에 더해, T멤버십 ‘빅3 릴레이 할인’과 T Day·0 Day 같은 상시 이벤트로 생활·여행 영역까지 혜택을 넓혔다.

그러나 요금 체계 자체를 낮추는 대신 일시적 혜택으로만 대응해 가입자 이탈을 막고 ARPU 하락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독 플랫폼 ‘T우주’를 통한 11번가·아마존 제휴 강화도 통신과 커머스를 결합해 ‘체감 비용 절감’ 효과를 키우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멤버십 제휴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플투쁠’ 제휴처를 8월 기준 52곳까지 늘렸고, 오션월드·롯데월드 등 체험형 서비스와 구글 AI 프로 구독권까지 더했다. 매일 출석체크·쿠폰팩 등 상시형 리워드도 강화해 고객 체류를 늘리고, 보안·안심형 요금제를 앞세워 고가 요금제 고객을 묶어두는 전략에 집중했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MNO(이동통신망 사업자) ARPU는 3만5688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업계에선 ‘체험형+구독형 혜택’ 결합이 충성 고객층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 /뉴시스

번호이동 시장도 요동쳤다. KTOA(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7월 번호이동은 92만5672건으로 전월 대비 38.9% 급증, 2014년 이후 월간 기준 상위권(5월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8월 들어서는 하루 평균 1만~2만 건대로 진정세다. 업계는 아이폰 신작과 스팟성 보조금이 겹치면 다시 출렁일 수 있다고 본다.

통신사들이 요금 인하를 피하고 혜택 강화로 쏠리는 배경에는 투자와 제도 환경이 깔려 있다. AI·데이터센터(AIDC) 확충에 수천억 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직접 요금을 내리면 수익 구조가 흔들린다.

여기에 ‘유보신고제’ 등 요금 규제 체계도 존재해, 가격 자체를 손대기보다 멤버십·리워드·구독으로 체감가를 낮추는 쪽이 리스크가 적다는 판단이 작동한다. 하지만 혜택이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경우 충성도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요금 인하 요구에는 눈을 감은 채 혜택 경쟁으로만 대응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ARPU를 지킬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구독·데이터·AI 서비스 결합을 얼마나 빨리 안착시키느냐가 충성도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단통법·해킹에도 ‘요금 인하’ 없다…수익 방어에 ‘짠돌이’된 통신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