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는 가성비"…한국서 외면받는 美 프리미엄 버거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로 떠오른 햄버거가 성장세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평가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패스트푸드는 싸고 빨라야 한다'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최근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가 잇따라 매각·철수하는 반면, 국내 토종 햄버거 브랜드는 해외에서 오히려 K-버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를 국내로 들여온 한화갤러리아는 영업 2년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버거 단품 가격이 1만원 중반, 세트는 3만원에 가깝다. 한화갤러리아는 "성장 중인 브랜드를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것일 뿐 성과와 무관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버거의 국내 시장성 자체가 좁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3대 버거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생존 중인 쉐이크쉑도 적자인 상황이다. 쉐이크쉑 운영사 SPC그룹 계열 빅바이트컴퍼니는 지난해 19억3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다이닝브랜즈그룹이 들여온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도 2022년 강남 1호점 오픈 후 2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고든램지 버거 역시 개업 초기 유명세를 누렸으나, 3~4만원대의 가격 거품 논란이 이어졌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버거는 늘 화제성을 얻지만 '롱런'에는 실패했다. 수제버거 1세대인 크라제버거는 전국 1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나친 해외 진출 확장과 매장 운영비 부담, 수제 패티 논란으로 2017년 파산했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버거가 국내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로 '햄버거=패스트푸드'라는 인식을 꼽는다. 햄버거는 빠르게 먹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햄버거를 웃돈 주고 사 먹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이다. 아울러 기존 브랜드(맥도날드,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의 맛과 품질도 상향 평준화되며 프리미엄 버거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버거는 컨셉은 좋지만, 소비자들이 햄버거에 지불할 수 있는 심리적 한계선을 넘어가면 재구매율이 확 떨어진다"며 "국밥, 돈가스와 같은 다른 식사 메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프리미엄 버거의 대중화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토종 버거 브랜드들의 성적은 어떨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K-버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내 플러턴 시에 1호점을 지난 14일 공식 오픈했다. 사전 오픈 기간에는 개점 전부터 긴 대기 행렬로 일평균 500명이 방문해 미국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리아 운영사 롯데GRS는 미국 이외에도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몽골 4개국 내 약 3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5일 말레이시아 파트너사 계약 체결에 이어 미국 내 롯데리아 직영 1호점 오픈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맘스터치도 지난해 4월부터 일본에서 매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맘스터치 도쿄 시부야점은 오픈 40일 만에 누적 방문 고객 10만명을 기록하며 누적 매출액도 1억엔을 돌파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방문객 70만명, 누적 매출액 약 5억1000만엔에 이른다.

맘스터치는 현재 2호점 하라주쿠점도 오픈 계획이다. 연말까지 총 30개 가맹 계약을 목표로 현지 매장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토종 버거 브랜드는 K-버거로 뻗어가고 있지만, 정작 햄버거의 본고장에서 온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는 국내에서 고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현지화 전략 없이 단순히 미국 본토 맛을 강조해서는 한계를 넘기 어렵다. 새로운 전략과 포지셔닝이 필요하다"며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의 매각·철수 이슈는 한국 외식 문화와 시장 구조를 잘 드러내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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