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소 올해의 캐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18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이유는 공격이 아닌 수비 덕분이었다.
이정후가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 수비가 탄생한 것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탬파베이의 선두타자 얀디 디아즈가 친 타구가 무려 105마일(약 169m)의 속도로 우중간 방면을 향해 뻗어나갔다. 비거리 383피트(약 116.7m)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13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 하지만 이정후는 포기하지 않고 타구를 쫓아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다.
여기서 명장면이 탄생했다. 이정후는 최초 슬라이딩 캐치를 통해 디아즈의 타구를 잡아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손바닥 부위로 떨어진 공이 이내 글러브를 빠져나가게 됐다. 이때 이정후가 온 몸을 활용했다. 하체 쪽으로 흘러나가던 공을 양쪽 무릎으로 고정시켜 잡아낸 것이었다.
이 수비는 곧바로 메이저리그 공식 계정을 비롯한 다양한 루트를 통해 SNS로 퍼졌고, 이정후의 영어 이름 표기법인 정후 리(Jung Hoo Lee)에서 착안한 '정후 니(Jung Hoo Knee)'라는 용어까지 탄생했다.
해설진도 감탄을 쏟아낸 수비였다. 'MLB.com'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중계진인 쿠이코는 "무슨 말을 해도 상관 없다. 이건 10년에 한 번 나올만한 수"라며 "하루, 일주일, 한 시즌, 그게 아닌 10년짜리 캐치"라고 찬사를 보냈다.
게다가 이정후의 수비 장면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던 우익수 드류 길버트는 "말도 안 됐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승리하는 선수의 승리하는 플레이였다"고 감탄을 쏟아냈고, 타자주자였던 디아즈는 "100% 2루타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나쁘게도 이정후가 잡아냈다. 아마 그런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이정후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이상한 플레이였다"고 이정후를 리스펙했다.


최근 이정후는 미국 현지 언론으로부터 중견수 수비에 대한 비판을 들었었는데, 놀란 것은 미국 현지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MLB.com'은 "이정후가 10년짜리 캐치의 논쟁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고, 미국 'ESPN' 또한 "최소 '올해의 캐치'로 불릴 만한 장면을 만들어냈다"며 "이정후는 앞으로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무릎 사이에 낀 서커스 캐치로 시즌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냈다. 최고의 기상천외한 수비 장면 중 하나"라고 집중 조명했다.
이정후 본인도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미국 'NBC 스포츠 베이 에이리어'에 따르면 이정후는 "외야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부는 상황이었다. 타구가 생각보다 더 많이 뻗어나갔다. 쫓아가다가 슬라이딩을 했는데, 공이 험블이 됐다. 몸 쪽으로 흐르는게 느껴졌는데,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다 보니 잡게 됐다"고 당시 장면을 돌아봤다.
"몸 쪽으로 흘렀을 때 어떻게든 잡으려고 몸을 웅크렸던게 종아리(무릎)에 걸린 것 같다. 멋있었던 캐치보다는 황당하고 재밌었던 캐치였다. 나도 야구를 초등학생 때부터 18~19년 정도 해왔는데, 야구를 하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동료들도 '어떻게 잡았나? 어디로 잡았나?'라고 물어보더라. 다들 신기해 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멋있었던 캐치보다는 황당하고 재밌었다"고 표현한 이정후. 하지만 이 수비가 메이저리그 공식 중계사인 'ESPN'에 나올 것이라는 건 확신한 듯했다. 이정후는 'ESPN의 TOP 10에 나올 것 같다'는 말에 "그러지 않을까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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