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 품목을 넓히자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원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위축에 더해 통상 압박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를 추가 발표했다. 이번에 추가된 제품은 기계류 및 부품, 자동차부품, 전자기기 및 부품 등이다.
이번 파생상품 대상 확대는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접수된 자국 업계의 파생상품 추가 신청과 6월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새로 확대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는 한국 기준으로 이날 오후부터 미국 내에서 수입 통관되거나 보세창고에서 반출되는 물량부터 적용된다. 해당 제품의 철강·알루미늄 함량분에는 50%의 관세가,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는 15%의 상호관세율이 부과된다.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수출길을 한층 좁히는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철강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불안으로 원가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관세 장벽까지 강화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54건의 수입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이 3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화학 5건, 플라스틱·고무 4건, 섬유·의류 4건, 전기·전자 3건, 기타 2건 순이었다. 또 신규 규제 10건 가운데 철강·금속이 5건으로 절반이나 차지했다.

대미 철강 수출액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2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 줄었으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3억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미 수출 비중이 줄고 있다고 해도 미국은 여전히 주요 시장”이라며 “관세 확대는 결국 국내 기업들의 수출 단가를 낮추거나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추가된 품목이 자동차·전자 부품과 직결되는 만큼, 완성차와 전자산업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이 산업의 ‘뿌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 상무부가 내달에도 업계 요청에 따라 파생상품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 수출 차질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생산 포트폴리오와 시장 다변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통상 대응과 함께, 새로운 수출처 발굴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야는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5년 단위 기본계획과 대통령 소속 철강산업진흥위원회 설치, 그린스틸 기술 개발 및 설비 도입, 그린스틸클러스터 지정·운영 등이 주요 내용으로, 위기에 처한 철강업계의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관세 품목 추가 발표와 관련해 산업부는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대상 수입규제 대응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철강·알루미늄 함량 확인이나 원산지 증명 등 컨설팅 대상도 크게 늘리고, 기업 부담금 역시 획기적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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