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선보인 호수비에 미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호수비였던 것은 분명했다.
'MLB.com'은 18일(한국시각) '무릎으로 잡은 야구공? 이정후의 믿기지 않는 슈퍼캐치'라며 "이정후가 10년짜리 캐치의 논쟁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펼친 호수비를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던 이정후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폭발시키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하진 못했는데,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기 전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만한 호수비를 펼쳤다.
상황은 이러했다. 3회초 탬파베이의 선두타자 얀디 디아즈가 친 타구가 무려 105마일(약 169m)의 속도로 383피트(약 116.7m)를 비행해 우중간 방면을 향해 뻗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중 13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었고, 안타 확률은 무려 92%에 달했던 타구였다. 그런데 이때 이정후가 등장했다.
한참 동안 타구를 쫓은 이정후가 슬라이딩 캐치를 통해 타구를 잡아내려 했다. 그리고 타구가 이정후의 글러브 손바닥 부분에 떨어졌다. 당초 이정후는 이 타구를 그대로 잡아내는 듯했는데, 이내 공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정후의 허벅지를 타고 흐른 공이 무릎 쪽으로 향했고, 이때 이정후가 양쪽 무릎으로 공을 잡아내는 믿기 힘든 수비를 선보였다.
'MLB.com'은 "이정후가 디아즈를 상대로 무릎 사이에 공을 끼워 잡는 기상천외한 수비를 펼치며 장타를 빼앗았다"며 "디아즈가 105마일의 타구를 우중간으로 날렸지만, 이정후가 전력으로 달린 뒤 슬라이딩을 통해 글러브로 잡으려고 했다. 공이 튀어나왔지만, 이정후는 어떻게든 두 다리 사이에 공을 끼워서 잡아냈다. 천천히 일어난 이정후는 무릎 사이에 낀 공을 들어 보이며 놀라운 캐치를 증명했다"고 호수비를 집중 조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후는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공이 많이 밀려나가고 있어서 슬라이딩을 했다"며 "잡긴 잡안했는데, 가슴에서부터 몸 아래로 공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웃긴 캐치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웃긴 캐치"라고 말했지만, 동료들의 반응은 달랐다. 우익수로 출전한 드류 길버트는 "말도 안 됐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승리하는 선수의 승리하는 플레이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밥 멜빈 감독도 "처음엔 그냥 넘어졌다고 생각했다. 발목을 다친 줄 알았다. 그런데 리플레이를 보니 무릎으로 잡았더라. 대단했다. 처음 보는 플레이였다"고 극찬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타자 주자였던 얀디 디아즈는 "100% 2루타라고 생각했는데, 운이 나쁘게도 이정후가 잡아냈다. 아마 그런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는 이정후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이상한 플레이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놀란 것은 감독, 선수들만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중계진인 쿠이코는 "무슨 말을 해도 상관 없다. 이건 10년에 한 번 나올만한 수"라며 "하루, 일주일, 한 시즌, 그게 아닌 10년짜리 캐치"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런 이정후의 캐치에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의 영어 이름 표기법인 정후 리(Jung Hoo Lee)에서 착안한 '정후 니(Jung Hoo Knee)'라는 별명까지 만들어 냈다. 공격에서 활약은 1안타에 그쳤지만, 이정후가 그 무엇보다 값진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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