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증권사 쏠림 가속화…은행권 ‘RA’ 도입 방어 나섰지만, 아직은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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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도입되면서 퇴직연금의 증권사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은 로보어드바이저(RA)를 도입해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사의 투자상품 경쟁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제도 시행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증권사로 퇴직연금(DC형·IRP) 1조3055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은행권에서는 1조1847억원이 줄었다.

증권사 퇴직연금 점유율도 늘어났다. 상반기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대비 6.5% 증가한 총 110조6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24.94%를 차지했다.

증권사로 퇴직연금이 몰린 이유는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존 퇴직연금을 쉽게 옮길 수 있게 된 영향이다. 수익률이 저조한 은행권에서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의 이동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은 업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KB증권 개인형 IRP는 최근 1년 수익률이 5.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화투자증권(5.62%), KB증권 DC형(5.24%), 유안타증권(4.78%) 순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은행권 대부분은 원리금보장형이나 실적배당 상품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머물렀다.

은행권도 이에 맞서 본격적으로 RA를 도입하고 있다. RA는 AI가 고객 투자 성향, 시장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개인형퇴직연금(IRP)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예적금 위주의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시도다.

국민은행은 지난 5일 투자일임사 디셈버앤컴퍼니와 제휴해 퇴직연금 투자 포트폴리오를 AI가 운용하는 투자일임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쿼터백자산운용·콴텍투자일임 등과, 우리은행은 파운트투자자문·콴텍투자일임·퀀팃투자자문 등과 제휴를 맺고 준비 중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3월부터 RA 일임 서비스를 개시했다. 농협은행도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에이아이콴텍과 제휴를 맺고 자동 운용 중이다.

다만 퇴직연금 이탈 방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RA가 IRP형에 한해 도입되기 때문에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RA는 예금·보험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현재 퇴직연금 자산의 약 70%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에 머물러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상품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분석이다. 은행권과 비교해 보다 다양한 자산에 적극적인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해외투자 상품 등 선택지가 많은 데다 실시간 투자까지 가능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 주체만 사람에서 로봇으로 변경될 뿐 근본적인 상품 경쟁력에는 변화가 없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ETF와 같은 실적배당 상품 투자를 하는 추세로 흘러가면서 상품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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