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더발리볼>은 배구라는 세계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배구로 묶인 가족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차상현 SBS 해설위원과 막내딸 차윤지가 함께 한다. 선수와 감독을 거쳐 이제는 해설위원으로서 배구를 바라보는 아빠, 그리고 그 아빠의 길을 똑같이 걷기 시작한 딸의 이야기다.
복싱할래? 댄스할래? 배구할래?
밖에서 뛰노는 것보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더 좋아했던 차윤지에게 주어진 세 가지 선택지였다. 그가 배구를 택하는 순간 아빠와 딸은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4년 파장초에서 1년 동안 기본기에 집중했고, 5학년이 된 차윤지는 이제 공격에도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배구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힘든 훈련도 버티는 힘이 생긴 셈이다. 그렇게 하나씩 극복하며 성장해가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빠는 뿌듯함을 느낀다.
Q. 아빠와 딸이 같이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죠?
차상현 완전 처음이죠. 요즘 윤지를 보면 이렇게 선수가 돼 가는구나를 느껴요. 그러니깐 이렇게 사진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거겠죠? 윤지한테도 동기부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차윤지 예전에 유튜브 채널에 저희 팀이 나간 적은 있었는데, 이렇게 아빠랑 같이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하니깐 어색해요(웃음). 그래도 처음에 아빠한테 인터뷰할 거라는 얘기를 듣고 배구부에 자랑도 했어요!
Q. 처음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차상현 저보다는 윤지 생각을 더 했던 것 같아요. 윤지가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서 이제 2년차가 됐잖아요. 사실 1년차 때는 힘들어했어요. 날짜를 정해놓고 이때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 되겠으면 그만두겠다는 고민까지 같이 했죠. 그런데 그 이후로 극복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인터뷰 기회까지 얻었고요. 윤지가 배구를 시작한 만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Q. 윤지 선수는 어떻게 배구를 시작하게 됐나요?
차윤지 제가 계속 집에서 누워만 있으니깐 엄마가 운동을 시키려고 하셨어요. 그래서 복싱, 댄스, 배구 중에 선택하라고 했거든요. 감독님의 딸이니깐 배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엄마도 배구를 좋아해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차상현 아내가 배구 팬이에요. 한 번은 집에서 윤지가 스텝 연습을 한다고 해서 한 번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윤지는 해온 게 있으니 곧잘 따라하더라고요. 그런데 엄마는 다른 스텝을 하고 있어서 윤지랑 제가 엄청 웃었던 적이 있어요. 아내는 배구 보는 걸 좋아해요.
Q. 아빠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배구 코트가 익숙한 곳이었을 것 같아요.
차윤지 예전에 몸집이 작았을 때는 볼 통에 들어가서 옆에 있는 누구한테 끌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차상현 제가 GS칼텍스에 있었을 때 가끔 가족들이 주말에 가평 숙소로 놀러오곤 했거든요. 그 때도 애들이 신발 벗고 코트 위에서 많이 놀았죠. 첫째 딸이랑 둘째 아들은 유소년 배구까지 했어요. 세 명이 같이 패스를 하면서 놀았는데, 이제는 윤지가 제일 잘하죠. 엄마가 제일 못해요 (웃음).
Q. 똑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딸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을 듯해요.
차상현 요즘에는 아이들이 핸드폰을 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왕 운동을 할 거면 단체 운동이 낫겠다 싶었어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 혼나기도 하면서 단단해지고 단체 운동을 하면서 협동심도 생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경험을 하면 아이가 성장하는 데 더 좋을 것 같았고요. 배구를 잘했으면 하지만, 혹시 뒤처지더라도 교육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 거라 판단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고, 작년에 정말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시기를 지나서는 잘 적응하고 있고, 지금은 그만두겠다는 말은 안 해요. ‘오늘 힘들었고 혼났어요’ 아니면 ‘오늘 칭찬 받았어요’라는 얘기만 해요. 기특하죠.
Q. 윤지 선수는 작년에 배구를 시작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차윤지 작년에 배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혼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서러워서 방에서 혼자 울면서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지금도 혼날 때도 있지만, 칭찬을 받기도 하고 자신감도 많이 얻으면서 배구가 재밌어졌어요. 또 대회에 나가서 제가 공격 득점도 많이 내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졌던 것 같아요.
Q. 힘든 시기를 극복한 계기가 있나요?
차상현 올해 소년체육대회를 앞두고 6학년 에이스인 언니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윤지가 그 전까지 수비만 하다가 미들블로커로 들어갔어요. 마침 경기가 있어서 우리 가족들 모두 총출동했는데, 제가 봐도 윤지가 배구를 잘하더라고요. 경기까지 이겼어요. 제 기억에는 그때 윤지가 가장 기뻐했던 날이었어요. 수비나 리시브도 큰 범실 없이 제법 잘했고, 주공격수 구실을 하더라고요. 윤지 오빠랑 언니도 지금까지 못 본 윤지 모습에 많이 놀랐죠.
차윤지 공격을 하니깐 재밌었어요. 공격에 성공하면 팀원들이 저한테 와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게 기뻤고요. 득점을 냈을 때 짜릿함이 있어요.
차상현 그 전에도 윤지가 저한테 공이 올라오면 공격 득점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날 보면서 숨겨진 공격 본능이 있었구나 싶었죠.
Q. 지금도 재밌는 배구를 하고 있나요?
차윤지 사실 그날 공격수로 뛰면서 경기를 이긴 이후에 발목을 다쳤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공격도 많이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요. 작년보다 더 많이 혼나기는 하는데 그래도 배구가 재밌어요(웃음).
차상현 작년에는 경기를 많이 못 뛰는 대신 기초를 배우고, 체력 훈련에 집중을 했었어요. 지금은 5학년이라 6학년 언니들이랑 같이 섞여서 뛰고 있는데, 분명 긴장도 될 텐데 재밌게 하는 게 눈에 보여요.
Q. 윤지 선수는 프로 선수 중에 닮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차윤지 강소휘 언니요! (나중에 하고 싶은 포지션도 같나요?) 네.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고 싶어요.(차상현 해설위원도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으로 2004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했다.)
Q. 배구 선배로서 그리고 아빠로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요?
차상현 배구는 아무나 시작할 수 있지만 얼마나 좋은 선수가 되는가가 더 중요해요. 실력과 인성까지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한 선수가 됐으면 하고요. 이왕이면 키도 더 컸으면 해요. 지금은 162cm인데 또래에 비하면 작은 편은 아니지만 월등히 큰 선수들도 있더라고요. 배구 종목상 키도 중요하니깐요.

아빠에게 그리고 딸에게
차상현 해설위원은 올해 대학교에 진학한 첫째 딸,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인 아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막내딸까지 세 남매의 아빠다. 그 중에서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막내딸에 대한 마음은 유독 애틋하다. 지금처럼 막내딸이 배구를 진심으로 즐기면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Q. 2024년 3월 GS칼텍스 감독 시절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첫째 딸의 편지를 보고 뭉클했던 기억이 나요.
차상현 GS칼텍스에서 8시즌을 보내고 이제 쉬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큰 딸이 직접 손으로 써준 편지였어요.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마워서 울었어요. 어디서도 힘들다는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어느 날 술을 먹고 취해서 큰 딸과 둘째 앞에서 힘들다는 얘기를 했나 봐요. 전 사실 기억이 안 나는데, 큰 딸 유림이가 쉬어도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고마웠죠.
차윤지 아빠 메신저 프로필에서 본 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나요(웃음).
Q. 자녀들과 늘 소통하는 아빠인 것 같아요.
차상현 전 아이들이 원하는 건 거의 들어주려고 해요. 음식 만들어달라고 하면 다 만들어주고요(웃음).
차윤지 맞아요. 아빠가 만들어준 것 중에 오믈렛이 제일 맛있어요. 가끔 닭볶음탕도 해주시고요. 짜장 라면도 만들어줘요!
차상현 요즘에도 윤지가 주말에는 밖에 잘 안 나가려고 해요. 그래서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주는 편이죠.
Q. 아빠에게 막내딸은 어떤 존재인가요?
차상현 우리 집에서 윤지가 없었으면 정말 조용했을 거예요. 윤지가 태어나줘서 고맙고, 아빠가 했던 배구를 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 잘 적응해주고 있어서 더 고마워요. 제게 소중한 존재예요.
Q. 그렇다면 서로가 배구 외적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될 때는요?
차상현 윤지가 손재주가 있어서 그림을 잘 그려요. 일반 사진을 보고 그 형태, 모양을 그림으로 만들더라고요. ‘감각이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핸드폰으로 윤지 그림을 찍어놨어요.
차윤지 언제 찍었어?
차상현 책상 위에 있던데?
차윤지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또 아빠가 멋있을 때는 조언을 해줄 때예요. 아빠가 늘 힘들 때는 말하라고 해요. 아빠는 다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해줘서 고맙고 멋있어요.
Q. 막내딸이 아빠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차윤지 아빠는 거의 해 달라는 걸 다 해줘요. 그래서 바라는 점이 없어요.
Q. 막내딸이 가장 말을 안 듣는 순간은요?
차상현 거의 없어요. 딱 하나 있어요. 주말에 나가서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자고 하면 운동이 힘들어서 그런지 집에서 쉰다고 해요.
차윤지 기본적으로 훈련을 월, 화, 수, 목, 금 다 해요. 대회가 가까워지면 주말에도 운동을 하기도 하고요. 평일에도 학교 수업 끝나고 운동까지 하면 저녁 6시 반이에요. 그럼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 있어요(웃음). 집에 있는 것이 좋아요.
Q. 나중에 아빠를 감독님으로 만나면 어떨 것 같아요?
차윤지 가족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나 안 되는 게 있으면 쉽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아요!
차상현 아직 한 번도 상상을 안 해봤는데, 그 안에서 차윤지라고 부르는 것도 느낌이 묘할 것 같아요. 제가 차윤지를 부른다? 일단 같은 팀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같긴 해요.
Q. 아빠가 윤지 선수의 경기를 해설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차윤지 제가 득점을 낼 때마다 콕 찝어서 냉철하게 말해줄 것 같아요(웃음).
차상현 차윤지 선수 운이 좋죠? 이럴 것 같은데요?(웃음).
Q. 둘만의 특별한 배구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장면이길 바라나요?
차상현 초등학교 때 결승전에 올라가서 윤지가 마지막 득점을 내면서 우승도 하고, 개인상도 받았으면 해요. 그리고 같이 기념 사진 찍고 싶어요.
차윤지 올해 메달을 한 번도 못 땄어요. 발목을 다쳐서 대회에 못 나가기도 했고요. 깁스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아빠 말대로 저도 꼭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 목표는 서브 넘기기였거든요? 이제 이건 기본이에요. 올해 세운 목표는 체력 끌어올리기랑 파장초의 에이스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우승까지 하고 싶습니다!
Q. 막내딸이자 배구 선수인 윤지가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한마디가 있다면요?
차상현 실력 그리고 인성을 모두 갖춘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서로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차상현 차윤지 파이팅!
차윤지 성장하겠습니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송일섭 기자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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