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재작년부터 선발 한번 해보고 싶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오승환(42, 삼성 라이온즈)는 13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대뜸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선수라면 그럴 수 있다. 2005년 데뷔해 잠시 셋업맨을 맡았고, 지난 1~2년 사이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는 기간이 길었다. 그러나 그 정도만 빼면 오승환은 늘 마무리였다. 그냥 20년간 그랬다.

사람은 원래 반대에 끌리는 법이다. 평생 마무리로만 살아왔으니 한번쯤은 선발투수로 살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오승환은 웃더니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선발로는 “20년은 못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데…’선발투수의 가치가 마무리의 몇 세이브가 될까’ 그 생각은 해봤다. 뭐 그것도 시각이 다르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작년, 재작년부터 선발투수를 해보기 싶다는 생각은 했다”라고 했다. 물론 프로 초창기에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현역을 마감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야구에 대한 깊이가 더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저연차 시절과 다른 생각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이 선발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된 건 막연한 이유가 아니다. 나이를 먹고 다양한 구종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라고 했다. 2000년대, 2010년대까지만 해도 포심패스트볼 하나로 게임 끝이었지만, 그도 나이를 먹고 살아남기 위해 스타일을 많이 바꿨다. 선발투수는 구종이 많이 필요하니, 자연스럽게 선발 생각이 들 수 있다.
오승환은 미소를 짓더니 “어릴 땐 그런(선발) 생각 할 시간이 없었다. 하루하루 1군에 붙어있는 게 목표였다. 성적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마무리라는 보직에 더 만족했다. 나중에 구종이 늘어나면서 선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그래도 오승환은 천상 마무리다. 늘 불펜투수의 가치가 높아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프로에 데뷔하는 신인들의 포부를 들어보면, 예전에는 없었던 ‘이 팀의 마무리투수를 해보고 싶다’라는 얘기를 하는 선수들이 생겼다. 시각이 좀 바뀐 것 같다고 느낀다. 예전엔 항상 투수에게 목표를 물어보면 ‘몇 승을 하겠다’가 많았다. 이제 그런 인터뷰도 보면서 불펜, 마무리투수 가치가 올라갔다는 걸 조금 느낀다”라고 했다.
실제 구단들은 과거에 비해 불펜, 마무리가 FA 시장에 나올 때 과감한 투자를 하는 편이다. 장현식(LG 트윈스)의 지난 겨울 전액 무옵션 계약, 조상우(KIA 타이거즈)의 트레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또 현대야구가 점점 불펜이 중요한 흐름으로 간다.

오승환은 자신의 바람을 어느 정도 이루고 떠나는, 행복한 야구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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