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선동열 감독님 아니면 그런 결단을 내릴 사람이 있었을까요.”
최근 은퇴한 오승환(42, 삼성 라이온즈)이 마무리로 데뷔한 과정은 좀 특이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오승환이 입단한 2005년만 해도 신인이 데뷔 시즌부터 마무리를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당시 선동열 전 감독은 오승환을 과감하게 마무리로 발탁했다.

오승환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 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처음엔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단박에 오승환이 물건임을 간파했고, 주의깊게 지켜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시즌 개막할 때만 해도 권오준이 삼성 마무리였다. 권오준은 2004시즌에 이어 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어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클로저였다. 그러나 오승환도 추격조에 이어 슬그머니 필승조로 올라설 정도로 잘 나갔다.
그리고 2005년 7월6일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하며 마무리로서 첫 세이브를 따냈다. 물론 데뷔 첫 세이브는 4월27일 LG 트윈스전 2이닝 1탈삼진 무실점이었다. 그러나 7월부터 본격적으로 1이닝 마무리가 됐다.
이른바 ‘전설의 시작’이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오승환과 권오준의 보직을 맞바꿨고, 삼성은 쭉쭉 달리며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오승환은 20년이 지난 현재, 그때 선동열 전 감독의 결정을 회상했다.
오승환은 13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가장 기억에 남는, 어떻게 보면 은사님이죠. 마무리를, 어떻게 보면 그 자리에 갈 수 있게끔 뭐 만들어 주신 분이죠 사실, 그리고 그때 당시만 해도 신인이 마무리 투수를 맡는 것 자체가 되게 좀 파격적이었고, 또 제 앞에 권오준 선수라는 좋은 선수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그렇게, 보직을 주신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선동열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라고 생각은 들죠”라고 했다.

그렇게 오승환은 선동열 전 감독의 든든한 믿음 속에 마무리로 승승장구하며 한국야구의 세이브 역사를 바꿨다. 실제 그때 오승환은 패스트볼 하나만 던져도 타자들이 외야로 정타를 거의 못 만들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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