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 관세협상을 바라보는 전략적 사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우리나라는 지난달 30일 미국과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다. 

여기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000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 △농축산물 추가 개방 없음 △미국산 제품 무관세 수입 허용 등을 포함한 무역·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힘의 우위가 지배하는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이었고, 강한 자국우선주의·일방적 목표 설정·보호주의 속에서 진행된 만큼 어려운 협상이었다.

협상 결과는 일본·EU와 유사한 조건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서면이 아닌 구두 합의였다는 점, 미국의 일방적 목표 제시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로 인해 한미 FTA 효과가 반감됐고, 향후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증액과 같은 새로운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언론·기업·국민 모두 균형 잡힌 전략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자동차 관세: 25% → 15% 합의, 그러나

미국은 지난 3월26일 Proclamation 10908을 통해 무역확장법(Section 232)과 무역법(Section 604)을 근거로 승용차·경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5월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도 동일한 관세를 적용했다. 중복 과세(Stacking)를 방지하는 규정도 함께 시행됐다.

이후 15% 상호관세 합의 발표가 있었지만, 지난 7월31일 발표된 행정명령(EO 14326)에는 '자동차'라는 표현 없이 '한국 15%'라는 문구만 있다.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에 근거한 명령이지만, Section 232가 우선 적용되므로 실제 15% 관세를 적용하려면 Proclamation 10908을 폐지·정지하거나 새로운 명령이 필요하다.

품목별 관세와 Stacking(중복 부과) 이해

미국은 상호관세 외에도 △철강 △알루미늄 △구리(반제품 포함), 자동차와 부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도체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농축산물은 추가 개방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됐지만 개방 압력은 계속된다.



품목별 관세는 주로 무역확장법(Section 232)이나 무역법(Section 231)에, 상호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나 1930년 무역차별법 338조에 근거해 부과되는데 양자는 상호 중복부과(stacking)되지 않으며 양자중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행정명령(EO 14289, 25.4.29.) 및 구리포고문에는 따라 이러한 Stacking(중복과세) 배제를 규정하면서 철강·알루미늄, 구리(반제품 포함)는 중복적용을 배제하여 품목별 관세 50%가 부과되며 자동차 또한 기존 포고문(Proclamation 10908)이 있어 별도의 포고문이나 행정명령(EO)이 있어야만 15% 상호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확성과 신뢰에 기반한 정보 공유

최근 협상 보도 또는 지식 정보유통과정에서 구두합의에 대한 불확실성, 원문 미확인 인용, 단체 공지·블로그·단톡방을 통한 2·3차 재전달 등으로 근거가 누락되거나 내용이 왜곡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기업 홍보자료나 자문 메모가 사실상 기사처럼 유통되기도 했고, 일부 전문가조차 원문을 확인하지 않고 들은 내용을 재전달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유통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 결과 많은 국민과 기업이 협상 결과를 이미 확정된 15% 적용으로 오해하거나 세율적용에도 혼란이 발생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정부 신뢰와 대미 협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언론의 공식 발표만을 신뢰하고, 발표 시점(합의일 vs. 발효일), 법적 효력(EO·Proclamation 시행 여부), 적용 범위(특정 품목 포함 여부)를 반드시 문서로 확인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의도와 협상 기술

우리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무역전쟁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전략이라고 본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보면 이는 단순한 대중 압박을 넘어, 자국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 리쇼어링, 산업 기반 재구축, 재정 확보, 안보 강화 등 실리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한 '앵커링(Anchoring)'으로 협상 초반부터 상대국을 압박하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조건 충족 시 부담을 완화한 뒤 돌발 변수를 던져 판을 흔든다. 또한 최종 합의문 없이 협상을 마무리해 끝까지 불확실성을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결국 이번 미국의 전략은 중국 견제와 미국 내부 이익 극대화를 동시에 겨냥한 복합적 접근이며, 기존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방법을 활용하여 상대방이 방심하지 못하게 하는 고도의 협상 기술이 집약돼 있다.

정부와 국민의 전략적 태도

정부는 미국의 법률 체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국익을 보장할 수 있는 결과를 반드시 문서화해야 한다. 언론과 전문가는 법적 근거에 따라 협상을 분석·보도하고, 부정확한 정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자동차 관세 15% 확정' 보도와 같이 구두합의 상황에서 단정적인 발표는 혼란만 키운다. 일본의 자동차 2.5% 포함 15% 관세 부과 보도 역시 협상문 없는 합의에 대한 낙관적 해석이 불러온 혼란이다.

국민은 이번 협상이 장기간 국가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사안임을 인식하고 정치적 판단 대신 법적 근거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와 언론, 전문가가 이를 지키도록 촉구하고, 미국의 법률 체계와 협상 전략을 이해하는 전략적 관점을 공유해야 한다.

상대방이 제시한 것 중 확실한 것은 믿고, 필요한 것은 과감히 내주되, 모든 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계산하는 신중하고 담대한 자세로 임해야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김덕용 관세법인 스카이브릿지 대표 관세사 / 한국수입협회 부회장 / 한국경영연구원(KMDI) 부회장 / 한국관세사회 정회원 / 인천본부세관·인천공항세관 관세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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