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임윤아가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로 관객 앞에 섰다. 극과 극 모습을 지닌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그는 “스스로 하나를 깨고 나온 느낌”이라며 도전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임윤아는 영화 ‘공조’(2017)를 통해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치른 뒤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영화 ‘엑시트’(2019)로 9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력을 입증했다. 이후 ‘기적’(2021), ‘해피 뉴 이어’(2021), ‘공조2: 인터내셔날’(2022) 등 매 작품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올 여름 텐트폴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타이틀 롤을 맡아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영혼 탈탈 털리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데뷔작 ‘엑시트’로 942만명의 관객을 매료한 이상근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자 ‘엑시트’ 흥행 공신 임윤아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오늘(13일) 극장가에 출격했다.
임윤아는 주인공 선지를 연기했다. 선지는 낮에는 프랑스 유학을 꿈꾸며 평범하게 빵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밤이 되면 무시무시한 악마로 깨어나는 인물이다. 임윤아는 낮과 밤 전혀 다른 모습의 인물을 폭넓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이끈다. 특히 센 목소리 톤과 다채로운 표정, 강렬한 웃음소리 등 역대급 변신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임윤아는 이상근 감독과 재회한 소감부터 작품을 택한 이유, 캐릭터 구축 과정 등 ‘악마가 이사왔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봤나. 보면서 울컥하기도 했다고.
“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촬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따뜻함도 느껴졌고 감독님의 감성이 잘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잘 표현된 것 같아 관객으로서도 재미있게 봤다. 제 연기를 보고 울었다고 보일까 봐 조금 쑥스러운데 촬영 당시 선지로서 길구를 바라봤던 마음,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올라왔다.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연기했던 당시의 감정이 떠올라서 뭉클했던 것 같다.”
-‘엑시트’에 이어 다시 이상근 감독의 작품을 택했다. 이번 ‘악마가 이사왔다’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
“감독님의 색깔이 더 짙게 느껴졌다. 감독님은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잘 캐치해서 선하게 담아준다고 생각하거든. 일상에서 바라본 모습, 혹은 경험해 본 감정,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굉장히 소박하면서도 친근하게 잘 풀어내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악마가 이사왔다’는 상황보다 인물 간 감정선에 더 깊게 들어간 영화라고 느꼈다. 단순히 전작에서 같이 했으니까 하는 마음보다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해낼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제안했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감독님과 같이 이걸 더 잘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감독님의 감성과 코드를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함께하게 됐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이상근 감독과 그의 현장은 어땠나.
“경험이 쌓이다 보니 현장에서의 낯섦 같은 것들은 조금씩 덜어지는 것 같다. 물론 어느 현장을 가도 여전히 긴장되고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도 많지만 이상근 감독님과는 ‘엑시트’ 때 호흡을 맞췄다 보니까,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는 정도나 표현력의 이해라든지 그런 부분들이 조금 더 빨리, 쉽게 이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 부분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들이 있었는데 이상근 감독님이 그려낸다면 어떻게 할까에 대해서도 이해가 더 빨리 되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엑시트’ 때보다 더 소통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더 빨리 구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는 어땠나.
“재밌었다. 극명하게 다르다 보니 확 바뀌는 재미가 있었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다양한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포인트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밤선지는 아직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도 다양한 시대를 지켜본 사람 같다는 설정을 줘서 여러 트렌드를 섞은 화려한 스타일링이 나왔다. 거기에 어린아이 같은 면모가 비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정 표현을 할 때나 ‘악마야’라고 외치는 장면도 진짜 무서운 악마가 아니라, 상처와 두려움에서 나오는 자기방어적인 표현, 약간 장난기 섞인 어린아이의 과장된 행동으로 해석하고 연기했다.”
-밤선지의 스타일링은 어떻게 만들었나.
“감독님이 그려놓은 게 확실히 있었다. 거기에 내가 디테일을 추가했다. 컬러렌즈도 끼고 네일아트 같은 디테일을 제안했고 신마다 조금씩 바꾸면서 보는 재미를 더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아이디어가 워낙 많아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
-밤선지의 색채가 워낙 강해서 낮선지를 표현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색깔로 비유하면 낮선지는 파스텔 같은 느낌이고, 밤선지는 원색에 가까운 비비드한 색깔이라고 느꼈다. 그렇다 보니 시각적으로 더 눈에 띄고 튀는 건 확실히 밤선지 쪽이지. 그만큼 낮선지의 매력은 조용하고 은은하게 묻어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밤선지가 워낙 화려하고 큼직한 인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선지는 조용해 보일 수 있지만, 길구의 노력 덕분에 두 인물이 온전히 각각의 색을 지닌 채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엔딩에서 낮선지의 시선이 나오게 되는데 그 장면이 길구에게서 서로 비슷한 결을 알아본 첫 순간이라고 느꼈다. 길구를 바라보는 낮선지의 시선 하나만으로도 그 인물의 분위기가 전해졌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성장해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이 된다. 확실히 밤선지와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표정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보지 못한 얼굴이었는데.
“나도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저걸 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쑥스러움 없이 그렇게 촬영했다는 걸 보면 그만큼 선지에게 몰입했던 것 같다. 선지가 변신할 때나 돌아올 때 그 이상 다른 표현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것 또한 선지로서 보여주는 모습이기 때문에 다른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선지 같다’고 ‘이런 표정도 짓는 배우구나’라고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현장의 많은 시선 속에서 쑥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슛 들어가니 선지로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선지의 마음을 더 느끼게 됐다. 확실히 잡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과감하고 에너지가 큰 표현을 한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아서 스스로 하나를 깨고 나온 느낌이 들긴 했다. 깨고 나와 보니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야가 생긴 것 같다.”
-안보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길구 역할을 정말 잘 소화한다고 느껴졌다. 촬영하면서도 느꼈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길구가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낮선지와 밤선지의 존재가 길구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끌어가 줄 수 있는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서 길구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따뜻하게 바라봐졌다. (안보현의) 강인한 모습의 캐릭터를 많이 봐왔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진짜 순박함이 묻어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걸 보고 이런 캐릭터도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안보현의 강인함과 반대되는 부드럽고 순박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많이 기대됐는데, 영화를 보니 잘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을 또다시 했다.”
-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는 소감도 궁금하다. ‘엑시트’에서 함께한 조정석이 ‘좀비딸’로 먼저 출격했는데 나눈 대화가 있나.
“감사한 일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는 시기에 출연한 작품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번 ‘악마가 이사왔다’도 가장 좋은 시기가 언제일까라는 고민에서 선택된 시기라고 느껴진다. 더운 날씨인 만큼 극장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영화 한 편 봐주시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악마가 이사왔다’를 선택해 주시면 더없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웃음) 시기적인 문제보다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주실까, 어떻게 해석해 주실까 하는 생각이 크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조정석과) ‘엑시트’로 여름 극장에서 인사를 드렸던 파트너였는데 올해는 각자의 작품으로 극장에서 만나게 돼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개봉한 만큼 오빠(조정석)가 잘 이끌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좀비딸’을 재밌게 본 관객들이 ‘악마가 이사왔다’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오빠가 잘 이끌어주고, 제가 잘 따라가겠다는 그런 마음을 서로 이야기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따뜻함’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이 악마라는 존재를 통해 위로받는 느낌인데?’ 이런 묘한 감정을 품고 가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현실감 없는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 있는데 그 감정선을 잘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는 위로받고 여운이 짙게 남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을 잘 느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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