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누각' 여천NCC…'DL vs 한화' 주주 갈등에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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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여수 2사업장. /여천NCC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DL그룹과 한화그룹이 합작법인인 여천 NCC 자금 투입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책임감을 운운하며 자금 투입을 촉구하는 한화와 경영상황을 이유로 자금 투입을 지연하는 DL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어 DL㈜가 같은날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이러한 DL케미칼의 유상증자는 여천NCC의 부도 위기에서 비롯됐다. 당초 DL케미칼은 유상증자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으나, 부도 위기에 공감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과거 업황 사이클에 따라 연간 3000억원에서 1조원대의 이익을 내며 양사 캐시 카우 역할을 도맡았으나 2020년대 들어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으며 누적 손실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현재 이달 말까지 필요한 자금은 1800억원으로, 올해 3000억원 이상의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오는 21일까지 자금 마련에 실패할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DL케미칼에 앞서 한화솔루션도 여천 NCC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7월 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하지만 최근 자금 투입을 놓고 양사 갈등이 커졌다. DL 측이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여천NCC에 대한 경영상황을 분석한 뒤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하자고 신중론을 내세우면서다.

DL은 “최근 개정된 상법 등에 따라 대주주의 책임이 적극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천NCC의 경영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며 “문제는 원인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고 ‘묻지마식 증자 요청’이 반복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한화 측의 주장과 같이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며, 이는 공동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모럴 해저드이자,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에틸렌 가격과 관련해서는 “DL은 여천NCC 원료가 갱신계약에 최소 변동비 부분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협상하고 있지만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가격 만을 고수하는 등 자사에게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한화그룹 사옥 전경. /한화

곧바로 한화도 반격에 나섰다. 한화는 “문제가 됐던 원료공급계약은 1999년 합작당시 체결돼 지난해 12월 종료됐다”며 “한화는 국세청 과세와 현재 석유화학 시장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시가 계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DL은 이를 반대하고 있어 원부원료공급계약 체결이 되지 않고 있어 현재까지 임시 가격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DL에서는 한화 측이 일방적으로 지난 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에틸렌을 한화 계열사들에 공급해 여천NCC의 손해를 누적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당 가격은 DL이 거래하는 가격과 같고,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법 및 공정거래법에서 정하는 시가로서 거래해 법위반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원부원료 계약을 시장가격 수준으로 책정하자는 게 한화 측 주장이다.

한화는 “DL이 공급받는 제품에 대해 시장가격으로 변경을 반대하는 것은, 법인세 추징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국세청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계약이 새롭게 체결돼야 하나 DL이 이를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시장원칙과 법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건에 의한 원료공급계약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해 달라"며 "여천NCC의 주주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급박한 부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금지원에 동참해 여천NCC 임직원과 지역사회, 석유화학업계의 불안을 해소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화 관계자는 “여천NCC에 관련된 직원들, 산단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일단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 회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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