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남극서 실종된 영국인 탐험가 66년 만에 유해로 발견, 본국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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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니스 벨은 1959년 7월 26일 남극 대륙 영국 기자에서 측량 업무를 하다 크레바스에 떨어져 실종된 뒤 66년만에 얼어붙은 유해로 발견됐다. /영국 남극 기념물 신탁, 영국 매체 ‘더선’ 보도화면 캡처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형이 이제 집에 돌아왔습니다.”


영국인 남성 데이비드 벨(86)은 남극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실종된 지 66년 만에 최근 얼어붙은 유해로 수습돼 송환된 형 데니스 벨(사고 당시 25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1959년 7월 26일 남극 대륙의 영국 기자에서 근무 중 크레바스(빙하 표면에 생긴 깊은 균열)에 추락해 실종된 연구원 데니스 벨의 유해가 최근 발견됐다.

매체에 따르면 1934년에 태어난 데니스는 영국 공군에서 일하고 기상학자로 훈련받은 뒤 포클랜드 제도 종속 조사국(나중에 영국 남극 조사국으로 개명)에 합류했다.

1958년 그는 남극 대륙 애드미럴티 베이에 있는 영국 기지에서 2년 동안 근무하기 시작했다.

데니스의 주요 역할은 기상 풍선을 보내고 3시간마다 영국으로 데이터를 무선으로 보내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영하의 잔혹한 조건에서 발전기를 가동해야 했다. 기지는 남극 반도 북쪽 끝에서 약 120Km 떨어진 킹 조지 섬에 위치했다.

영국 남극 조사국의 기록 보관자 유안 홉킨스는 ‘터무니없이 고립된’섬 에서의 작업을 설명하는 자세한 보고서를 발굴했다.

한 보고서는 데니스에 대해 “명랑하고 부지런하며 장난스러운 유머 감각과 장난스러운 농담을 좋아한다”고 묘사했다.

그는 섬 주변에서 썰매를 끄는 허스키 개를 좋아했고 오두막 최고의 요리사로 알려졌으며 종종 물품이 들어올 수 없는 긴 겨울 동안 식료품 가게를 관리했다고 한다.

치명적인 사고는 데니스가 25세 생일을 맞은 지 불과 몇 주 만에 발생했다. 당시 데니스는 지형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킹 조지 아일랜드를 측량하고 있었다.

1959년 7월 26일, 데니스와 그의 동료이자 친구인 제프 스톡스는 빙하를 오르며 탐험 중이었다. 영국 남극 조사국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 당시 데니스는 지친 개들을 격려한 채 스키를 벋고 있다 갑자기 크레바스 속으로 사라졌다.

데니스는 구조 요청을 받은 제프가 내려준 밧줄을 붙잡았다. 이어 개들이 밧줄을 잡아당겨 벨트에 묶은 데니스를 크레바스 가장자리 쪽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벨트가 끊어졌고 데니스는 다시 크레바스 속으로 떨어졌다. 제프가 다시 소리쳤지만 데니스의 응답은 없었다.

그로부터 66년이 흐른 올해 1월 29일 데니스는 얼어붙은 유해로 수습됐다.

헨리크 아크토프스키 폴란드 남극 기지의 폴란드 연구팀은 손목시계, 라디오, 파이프와 함께 나중에 데니스의 것으로 확인된 뼈를 우연히 발견한 것.  

  ▲데니스 벨(왼쪽)와 제프 스토크스(오른쪽)는 데니스가 사망했을 때 함께 탐험 중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제프는 친구의 유해가 발견되기 불과 5주 전인 2024년에 사망했다. /영국 남극 기념물 신탁, 영국 매체 ‘더선’ 보도화면 캡처

안타깝게도 제프는 친구의 유해가 발견되기 불과 5주 전인 2024년에 사망했다.

데이비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오랫동안 형을 찾는 것을 포기했는데 정말 놀랍다”고 감격했다.

데이비드는 1959년 7월 한 전보 우체부가 데니스의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기 위해 런던 해로우에 있는 자신의 집 문을 두드렸던 일을 회상했다.

데이비드는 “나중에 데니스가 근무했던 기지에서 온 두 남자가 우리 가족을 방문해 동정심의 표시로 양가죽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형의 유해를 발견한 폴란드 연구원들에게 거듭 감사를 전하고 “부모님이 이날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호주에 사는 데이비드는 사랑하는 형을 추모하기 위해 여동생 발레리와 함께 영국을 방문할 계획다.

“그가 발견됐습니다. 그는 지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데이비드는 “정말 멋지네요. 형을 만나러 갑니다. 우리가 흥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 흥분됩니다”고 말했다.

영국 남극 조사국 국장인 데임 제인 프랜시스 교수는 “데니스는 매우 가혹한 조건에서 남극 대륙의 초기 과학과 탐험에 기여한 많은 용감한 연구원 중 한 명이었다”며 경의를 표했다.

이어 “비록 그가 1959년에 실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억은 동료들과 극지 연구의 유산 속에 살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남극 기념물 신탁(BAMT)에 따르면 1944년 이후 남극 영국 기지에서 과학 연구 임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연구원은 29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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