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살림] 햇빛에 말렸는데 왜 냄새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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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이렇게 햇볕이 쨍쨍하고 뽀송하게 말랐는데 왜 빨래에서 냄새가 날까요?”

 

워킹맘 A씨는 아이에게 입힐 옷을 가지러 건조대에 갔다가 멈칫했다. 뜨거운 햇살을 잔뜩 받은 옷인데도 축축했고, 예상치 못한 쉰내가 코를 찔렀다. 방금 갠 수건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퍼져 나왔다.

여름철엔 햇볕이 강해도 빨래가 완전히 마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표면은 보송하지만 옷감에 남은 습기와 세제 찌꺼기, 피부 노폐물은 곰팡이성 세균에게 최적의 번식 환경이 된다. 특히 속옷, 티셔츠, 수건, 운동복처럼 자주 세탁하는 옷일수록 쉰내가 쉽게 배고, 피부 질환이나 호흡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모락셀라 오스로엔시스’라는 세균은 악취의 주범이다. 이 균은 젖은 수건이나 땀이 밴 옷에서 서식하며, 옷감에 남은 피지나 유기물을 먹고 불쾌한 냄새의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고려대 화학과 이광렬 교수는 “모락셀라는 세탁기 안 고무 패킹이나 세제 투입구처럼 찌꺼기가 쌓이기 쉬운 곳에서 증식한다”며 “세탁기 자체를 청소하는 것이 빨래 냄새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욕실에 걸어둔 수건을 여러 번 사용하는 것도 흔한 습관이지만, 전문가들은 권장하지 않는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임상미생물학 교수 프리머로즈 프리스톤 박사는 “겉보기엔 깨끗해 보여도 피부를 한 번만 닦고 나면 수천 개의 각질과 박테리아, 곰팡이균이 수건에 묻는다”라며 “수건은 한두 번 사용 후 세탁하는 것이 가장 위생적”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실험에서도 수건 위생 문제는 수치로 입증된다. 한국분석시험연구원 실험에 따르면, 수건을 한 번 사용하고 제대로 건조하지 않았을 경우 **미생물 수가 57만 CFU(집락형성단위)**까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수건을 반복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씻은 몸을 다시 오염시키는 셈이다.


쉰내를 줄이려면 세탁 직후 최대한 빠르게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건조대에 널 때는 빨래 사이 간격을 충분히 두고,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서 널어야 한다. 실내 건조 시에는 선풍기나 제습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이 섬유유연제로 냄새를 가리려 하지만, 오히려 악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섬유유연제가 옷감에 남아 수분을 머금고 마르는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이때 식초나 구연산, 베이킹소다를 넣어 보는 것도 좋다. 헹굼 단계에 식초를 조금 넣으면 살균 효과가 생겨 악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세탁 온도도 위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응용환경미생물학 저널에 따르면 40~60도의 온수 세탁이 쉰내를 유발하는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고 보고됐다. 수건, 속옷, 유아복 등은 주기적으로 온수로 세탁해 살균 효과를 높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세탁기 청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드럼형 세탁기의 고무 패킹 틈이나 세제 투입구에 남은 찌꺼기와 수분은 박테리아의 온상이 된다. 한 달에 한 번 전용 세정제를 활용하거나 식초+베이킹소다로 세탁조 청소를 해주는 습관이 쉰내를 없애는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여름철 실내 습도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마철이나 환기 어려운 욕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말릴 땐 하루 한두 시간 제습기를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실내 습도를 50% 이하로 낮추고 세균·곰팡이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땀이 많고 습한 여름, 위생 관리의 출발은 깨끗한 세탁과 확실한 건조다. 수건에서 나는 쉰내는 그저 불쾌한 냄새가 아니라,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신호일지 모른다. 오늘의 빨래가 내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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