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지주택은 전문성과 정직한 계획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플랜은 결국 조합원에 대한 사기입니다."
김종원 (가칭)의정부역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의 일성이다. 지난 2년간 그가 마주한 민낯 그대로의 지주택 현실을 담은 말이다.
조합이 설립된 건 6년 전이다. 2년 전 선출된 그가 처음 마주한 것은 사무실도 없는 조합이었다. 여기에 그간의 회계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통장은 압류된 상태였고, 누적된 벌금 통지서만 그의 앞에 놓였다. 조합원의 신뢰도 무너진 상태.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팔을 걷고 시스템을 다시 만들며 조합 재정비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조합 신뢰도는 원점으로 회복됐다. 조합의 운영이 정상으로 되돌아오면서 시공사 선정도 한 걸음씩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조합원 투표를 통해 시공사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반복되는 지주택 실패…구조적 병폐가 문제
지주택은 수많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로 재개발 중에서도 분쟁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현재도 전국 지주택 현장에서는 갈등, 소송, 탈퇴, 사업 지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명분은 '조합원 중심의 내 집 마련'이지만, 현실은 신뢰의 붕괴다.
이런 파행의 중심에는 지주택만의 고질적 구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적되는 게 '토지 95% 확보' 요건이다. 일반 정비사업(재건축 기준 75%)보다도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초기부터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 운영도 한몫 거든다. 사업을 주도하면서 공수표가 남발되고, 조합원에게 헛된 기대를 조장하게 만든다. 특히 조합원을 유치하면서 가입비를 먼저 받는 행태가 후에 사용 용도에 따른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의정부역 조합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전 업무대행사는 전반적인 지주택 사업 추진 지식이 약했어요. 조합원 511명을 모집하고 332억원을 걷어갔죠. 그리고 89억원이나 업무대행비로 쓰면서도 조합 설립 인가는 끝내 받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토지 확보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호수를 지정해 분양도 약속했다. "곧 착공된다"는 식의 말로 조합원을 유치한 결과는 반복된 분쟁과 지연뿐이었다.
"광고비 60억원, 모집 수수료 60억원, 홍보관 공사비 30억원, 업무대행비 20억원 등 170억원 이상 지출됐지만 회계자료는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대표는 손해부터 감수해야" 정상화 원칙은 후불·투명·전문
2023년 7월, 김종원 위원장은 전 조합장이 돌연 사퇴한 뒤 조합 정상화의 책임을 떠맡았다.
"사무실엔 볼펜 하나 없었고, 협력사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경찰과 법원을 오가며 처음 1년은 사실상 구조조정 수준이었어요."
김 위원장은 조합 정상화를 위해 △조합 자금 흐름 전면 재점검 및 책임자 처벌 △전문가 검토 및 회계 감사로 불확실성 해소 △'성과 후 정산' 원칙 도입에 따른 불필요한 선지출 차단 등 '3대 원칙'을 내걸었다.
실제 조합은 현재 모든 협력업체 계약을 후불제로 전환했다. 운영비마저 신탁사 통제를 받는 구조로 조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련의 과정에서 본인 통장이 압류되고, 벌금형까지 받은 상황에서도 조합원 앞에 섰다.
"조합장은 누구보다 먼저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신뢰 회복 없인 아무리 좋은 입지와 계획도 무용지물입니다."
의정부역 조합은 현재 조합원 371명, 약 800가구 규모로 사업을 다시 구성하고 있다. 사업 부지는 의정부역 도보 1분 거리 상업지 약 3000평 규모다. 지하 6층~지상 59층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가 계획됐다. 총사업비는 약 7000억원, 직접 공사비만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6월에는 도시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 한다종합건설 자회사 '엠아이이앤씨(MI ENC)'를 새로운 업무대행사로 선정했다. 오는 9월부터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임시총회 △시공사 선정 △모델하우스 개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때 74%에 머물렀던 토지 확보율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 조합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협력 구조다. 과거처럼 약속만으로 계약금을 선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질 사업 진척 이후에만 비용을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 점이 핵심이다.
"지주택은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입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신중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주택 사업 자체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조합 해산·소송전·자금 부족·시공사 이탈 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인허가 일정은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주택 성공 사례는 극히 일부"라며 "정상화된 조합이라도 향후 5~7년간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산재해 조합원 개개인의 철저한 이해와 신중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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