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첫 10승이었는데, 롯데와 작별…끝까지 미소 가득했던 데이비슨 "평생 기억에 남을 것" [MD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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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시절의 터커 데이비슨./부산 = 박승환 기자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꼭 좋은 성적 거뒀으면 좋겠다"

롯데 자이언츠 터커 데이비슨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0구,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10승째를 확보했다.

올 시즌에 앞서 애런 윌커슨을 대신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데이비슨은 시즌 초반 '에이스'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6월 이후 성적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고, 대체로 5이닝 선에서 등판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롯데의 고민도 커지기 시작했다.

2017시즌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전을 고려한다면, 데이비슨이라는 카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롯데는 외국인 선수 교체를 전제로 새로운 선수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데이비슨을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KBO리그 마지막 등판에 나섰다. 그리고 데이비슨은 10승째를 수확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데이비슨은 1회 시작부터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1사 3루 위기에서 김도영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이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2회초에 2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는데, 김호령을 유격수 땅볼로 묶어내며 무실점을 기록하자, 롯데 타선이 2회말 공격에서 데이비슨에게 리드를 안겼다. 이에 데이비슨은 3회 첫 삼자범퇴를 기록하더니, 4회에는 중견수 황성빈의 슈퍼캐치 도움을 받으며 위기를 탈출, 순항했다.

흐름을 탄 데이비슨 5회 병살타를 곁들이며 KIA 타선을 묶어냈고, 6회에도 마운드에 등판해 이렇다 할 위기 없이 KIA의 공격을 막아내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날 롯데가 7-1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데이비슨은 10승을 수확한 채 KBO리그를 떠나게 됐다.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빈스 벨라스케스를 데려올 예정이다.

고별전을 치른 터커 데이비슨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부산 = 박승환 기자고별전에서 10승을 수확한 터커 데이비슨에게 물폭탄 세례를 안기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부산 = 박승환 기자

경기가 끝난 뒤, 이날이 데이비슨이 롯데에서의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들은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마운드에 모여 함께 기념 사진 촬영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롯데 선수들은 10승을 수확한 데이비슨에게 축하의 물폭탄 세례를 안겼고, 데이비슨은 한동안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취재진과 마주했다.

사실 이별이 확정된 상황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시간을 갖는 것은 극히 드문사례. 하지만 데이비슨은 달랐다. 10승 수확의 기쁨과 이별이라는 슬픔이 교차하는 상황에서도 데이비슨은 취재진과 마주했고, 웃으면서 KBO리그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가졌다.

데이비슨은 '많은 감정이 들 것 같다'는 말에 "전체적으로 감정적인 날이기도 했지만, 10승을 가져갔다는 것 자체가 내 커리어에서는 대학교 시절 이후 없었던 것 같다. 새로운 리그에 와서 10승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고, 전체적으로 감사드린다"며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롯데 동료들과 프런트가 해줬던 것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날이 고별전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데이비슨은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그렇게 좋지 못한 성적을 남겼기 때문에 그런 무드를 갖고 있었다. 그래도 팀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십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팀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데이비슨의 가족이 야구장을 찾았던 만큼 만감이 교차했을 경기였다. 그는 "진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리그에서 오퍼가 왔었다. 당시 가족들에게 처음 이야기를 했을 때 '거길 가야 돼?'라는 게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부산을 비롯해 한국을 경험할 수 있게 기회를 받은 것에 같아서 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 8월 2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롯데 자이언츠 터커 데이비슨./롯데 자이언츠

경기 후 데이비슨은 김태형 감독과 짧은 면담의 시간도 가졌다. 데이비슨은 "'10승을 축하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로테이션에 빠지지 않고 도와줬기 때문에 팀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령탑은 승장 멘트를 통해 "좋은 워크에식과 실력은 갖춘 선수로 더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다. 선수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KBO리그에서 다시 오퍼가 온다면 데이비슨은 기회가 된다면, 뛸 생각이 다분했다. 그는 "핸드폰은 안 꺼둘 것이다(웃음). 만약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쟁취할 것"이라며 "롯데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만에서도 선수들이 항상 다가와줬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팬들도 항상 열심히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너무 감사했다. 훈련이든, 경기든 업-다운이 있을 테지만, 잘 이겨내서 롯데가 꼭 좋은 성적을 거두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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