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개처럼 할 생각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노진혁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4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22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은 노진혁은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통해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롯데는 오랜기간 유격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는데, 수비력이 리그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공격력에서는 두 자릿수 홈런을 비롯해 OPS 0.800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던 노진혁에게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계약을 안겼다.
하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노진혁의 성적은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적 첫 시즌 노진혁은 113경기에 출전했으나, 86안타 4홈런 51타점 타율 0.257 OPS 0.724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고, 지난해 또한 부상 등으로 오랜기간 자리를 비우는 등 73경기에서 타율 0.219 OPS 0.604로 바닥을 찍으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를 모를리 없었던 노진혁은 그 누구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반등을 위해 많은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노진혁은 1군이 아닌 2군에서 스프링캠프를 맞게 됐고, 급기야 시즌 첫 2군경기에서는 수비 과정에서 주자와 충돌하는 불의의 사고까지 당하게 됐다. 당시 노진혁은 손목이 꺾이는 큰 부상을 겪으면서, 본의 아니게 긴 공백기를 가졌다.
그래도 노진혁은 낙담하지 않고, 시즌을 준비한 결과 지난 5일 퓨처스리그에서 첫 홈런을 터뜨리면서, 올해 처음으로 1군의 부름을 받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노진혁의 콜업과 관련해 "지금 (전)준우가 빠지게 됐으니, 노진혁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1군의 부름을 받은 소감은 어떨까. 노진혁은 "작년에 1군에서 말소된 이후 10개월 만에 온 것 같더라. 조금 잘해서 오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부상을 당했었다. 2군 소속으로 사직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1군에서 연습을 하는 느낌이 다르다. 확실히 긴장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군 첫 경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오랜 공백기를 가졌던 것일까. 노진혁은 "수비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팀 내에서 입지가 줄어들다 보니, 확실하게 만들어 놓고,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잘 만들고 나갔는데, 첫 게임에서 타의에 의해 손목을 다치게 됐다. 그래서 두 군데 손목 파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비 중이었는데, 타자 주자가 파울성 타구를 쳤다. 당시 1루수로 출전했었는데, 플라이 타구를 쫓아가면서 부딪히게 됐는데, 손목이 꺾이면서 다치게 됐다"며 "손목을 다치고 병원에서는 4주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생각보다 차도가 없어서, 당시에 현타가 조금 많이 왔었다. 이렇게 재활이 길어질 줄도 몰랐고, 마음은 빨리 하고 싶은데, 손목이 안 되다 보니 그때 많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2년 연속 건강 문제를 비롯해 부진하면서 사실상 전력 구상에서 제외됐었던 노진혁은 사실 이런 기회가 올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왔었다. 김민성도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 입단한 직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으나,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려낸 이후 선발 또는 대타 자원으로 중용받고 있다. 동병상련의 입장이었던 김민성을 그 누구보다 응원했던 것. 그리고 입지가 좁아질 데로 좁아진 노진혁에게도 두 번 다시 없을 기회가 찾아왔다.
노진혁은 '김태형 감독이 전준우 몫을 대신 해야한다고 했다'는 말에 "치고 받아야 할 것 같다. 전반기에 베테랑 선배들이 고군분투를 했다. 나도 2군에서 이를 갈고 있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대만 캠프를 갈 때 내게 기회가 많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딱 한두 번 기회가 왔을 때 잡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김)민성이 형과 정말 열심히 했다. 특히 민성이 형이 첫 타석 들어갈 때 응원도 했었다. 그 정도로 잘 되기를 바랐고, 형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마음고생은 하지 않았다고. 그는 "1군 캠프를 가지 못했을 때 좌절하고 그러진 않았다. 대만에서 생각했던 기회가 이제 한 번 왔다.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을 것 같다. 안 쳐본 선수들이 있어서 걱증은 되지만 잘해보려고 한다"며 "2군에서 올라올 때 감독님께서도 '신인 같은 마음으로 해라'고 하셨다. 나도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그 말씀을 하셔서, 개처럼 할 생각"이라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끝으로 노진혁은 "내가 경기를 안 나가도 팀이 잘하는 것은 작년에도 한번 느껴봤다. 기분이 좋다, 안 좋다라는 것보다는 나이를 먹은 선배들이 느끼는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나는 '소신껏 은퇴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창피하지 않게 하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노진혁이 계약 만료까지 남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일단 노진혁은 복귀전에서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노진혁은 유격수는 물론 3루와 1루까지 볼 준비가 다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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