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은 ‘실적 질주’…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래에 투자’

마이데일리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LHOUSE 전경. /SK바이오사이언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SK그룹 바이오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이 올해 2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속되는 적자 속에서 백신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반면 SK바이오팜은 주력 제품 세노바메이트의 호조에 힘입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19억원과 영업손실 3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268억원)보다 6배 이상 증가했으나,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SK바이오팜은 매출 1763억원, 영업이익 61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6%, 137.6%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매출 증가는 지난해 인수한 독일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IDT)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IDT는 인수 이후 3개 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 향상을 주도했다.

그러나 글로벌 CDMO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해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 감소와 투자 확대 등으로 지난 2023년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한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감소와 함께 연간 영업손실 1384억을 기록했다.

이러한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어, 일각에서는 과도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구개발에 2022년 1130억원, 2023년 1172억원, 지난해 1062억원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R&D 비율도 2022년 24.7%, 2023년 31.7%, 지난해 39.7%로 증가 추세다. 올해 2분기에도 전년 동기(298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늘어난 407억원을 집행했다. 또한 인천 송도에 약 3000억원 규모의 R&PD 센터를 건립하고 있으며, 안동 L하우스 증축을 완료하고 글로벌 cGMP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적자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D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구개발 투자로 인해 2027년까지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매출 증가 추세에서의 연구개발 투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전략"이라며, "현재 수익성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파이프라인에 미리 투자하는 것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백신 사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로 실적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는 동남아 시장과 북반구 출하 물량 확대가 예정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다음 달부터 25~26절기 공급을 시작한다.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역시 2분기 중반부터 PAHO(범미보건기구) 공급이 시작돼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전망이다.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도 지자체 공급 확대와 동남아 진출을 위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히 회사는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GBP410)의 임상 완료를 주요 반등 시점으로 보고 있다. GBP410은 미국, 유럽,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최근 중국 임상 승인까지 얻었다. 상업화 시점은 빠르면 2028년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폐렴 백신 시장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GBP410 상업화 시 일부 시장 점유만으로도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시점이 도래하면 다른 파이프라인도 순차적으로 가동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 생산 여력 부족으로 시장 확대 한계가 있었다"며 "안동 공장 증설과 향후 IDT로의 공정 이전 완료 시 수출 확대와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이 올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유로파마와의 디지털 헬스케어 JV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22.1%,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한 1763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9.3% 늘어난 3207억원으로 역시 최대 매출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41.1%, 전년 동기 대비 137.6% 증가한 61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핵심 제품인 세노바메이트는 2분기에 미국에서만 매출 약 1억1000만달러(1541억원)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억달러를 넘어섰다. 전분기 대비 15.6%, 전년 동기 대비 46.5% 성장한 기록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분기 실적은 핵심 제품인 세노바메이트의 고성장과 비용 효율화 전략이 맞물려 영업 레버리지가 크게 확대됐다"며 "핵심 제품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월 평균 신규 환자 처방 수가 1분기 1600건에서 2분기 1800건으로 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SK바이오팜은 지난 5월에 시작한 소비자 직접(DTC)광고 캠페인의 효과가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 연령대 확장을 통해 시장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연내 전신발작(PGTC)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 3상 주요 결과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연내 두 번째 상업화 제품 도입을 추진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도입 예정 제품은 세노바메이트와 같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다.

이밖에 방사성의약품(RPT)과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차세대 기술 기반의 신약 파이프라인도 확장하고 있다.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미국 내 조인트 벤처를 통해 뇌전증 관리 솔루션 개발을 본격화한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25년 연간 미국 엑스코프리 매출액은 꾸준한 처방량 증가로 전년 대비 41.4% 증가한 6202억원으로 전망된다"고 추정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적자 국면에 있지만 이는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단계로 볼 수 있다"며 "SK바이오팜은 성공적인 제품 상업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며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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