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포스코 컨소시엄(포스코·블루스코프·일본제철·인도 JSW그룹)이 남호주 주정부의 지지를 얻으며 호주 와일라 제철소 최종 인수 유력자로 주목받는 가운데 대규모 정부 인센티브를 놓고 현지 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주정부의 인센티브가 축소 또는 폐지될 경우 인수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우선협상 단계에서 입찰자들이 발을 뺄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 연방 정부와 남호주 주정부(Government of South Australia)는 와일라 제철소 최종 인수자에 대규모 인센티브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달 1차 입찰에서 선별된 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재 2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포스코 컨소시엄이 거론된다. 피터 말리나우스카스 남호주 총리는 "특정 이해관계를 가지고 입찰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입찰 참여 업체들이 어떤 안건을 내놓든 간에 우리는 그저 올바른 결과를 원할 뿐이다"라면서도 "포스코 컨소시엄이 강력한 인수 후보(pretty formidable)"라고 말했다. 사실상 포스코 컨소시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포스코 컨소시엄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될 경우 정부 지원금을 최대로 확보할 전망이다. 현지 펀드 운용사 밀포드 소속 제이슨 쿠루랑기 펀드매니저는 "포스코 컨소시엄은 호주 정부로부터 수익성 있는 거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와일라 제철소는 1941년 가동이 시작된 노후 시설로 연간 120만 톤 규모의 봉형강 생산능력을 갖췄다. 와일라 제철소는 기존 소유주들의 파산 및 투자 실패 여파로 올 들어 남호주 주정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재건을 위해 매각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호주 정부는 지난 2월 연방 정부와 함께 공장 개선 및 운영 자금으로 24억 호주달러(2조1644억원) 규모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현지 업계는 이 같은 대규모 정부 지원금 지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시장 구조가 왜곡될 수 있고, 정상적 경쟁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랜트 존스턴 웨스트뷰 그룹 전무는 "정부가 나서서 거액의 돈을 제안하는 방식은 호주 철강 산업 구조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웨스트뷰 그룹은 호주 최대 민간 철강회사 중 하나다. 최근 중국산 철근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브리즈번에 7억5000만 호주달러(약 6760억원) 규모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며 업계의 지지와 호응을 얻고 있다.
남호주 광산·에너지협회(SACOME)와 호주광업탐사기업협회(AMEC), 호주 경제정책 싱크탱크 'E61 연구소' 등도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정화 비용만 수억 호주달러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제고보다는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결국 납세자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처럼 업계 반발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호주 정부가 대규모 인센티브 지원 계획을 축소하거나 철회할 경우 포스코 컨소시엄은 인수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이비드 뷰캐넌 호주철강협회장은 "정부가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지 않는 한 와일라 제철소 인수 매력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노후 장비를 현대화하고 새로운 용광로를 설치하는 데만 10억 호주달러(약 8997억원)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컨소시엄이 제철소를 인수하는 데 있어)정부 지원금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포스코 컨소시엄은 지난 1일 호주 와일라 제철소 인수 제안서를 남호주 주정부에 제출했다.
포스코가 와일라 제철소 인수에 나선 건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전략'의 일환으로 저탄소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와일라 제철소는 자철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풍부한 남호주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저탄소 제품인 직접환원철(DRI)이나 열간압축환원철(HBI)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자철광은 글로벌 철광석의 70%를 차지하는 갈철광보다 DRI나 HBI를 만들기 쉬운 철광석이다.
포스코는 현재 HBI를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다. 와일라 제철소 인수를 통해 현지에서 HBI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수입 비용과 물류비 절감 효과로 경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가 호주 제철소 인수에 성공할 경우 미국·인도 등 해외 거점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행보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현대제철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2031년 준공을 목표로 JSW그룹과 연 500만 톤의 철강 생산이 가능한 제철소를 짓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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