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폭스바겐이 유럽 자동차 바로미터인 독일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상반기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1위 타이틀을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전동화 기술력을 입증하며 브랜드 영향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이름값을 온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술력과 인지도가 충분한 상황임에도, 국내 운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 한계를 보이며 존재감이 실종된 상태다. 마케팅 전략 등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독일 자동차 시장 조사 회사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폭스바겐 준대형 전기 세단 모델 ‘ID.7’은 상반기 독일 베스트셀링전기차 타이틀을 차지했다. 해당 기간 총 1만8017대 판매를 기록, 전기차 단일 모델 기준 가장 높은 판매량을 나타냈다.
폭스바겐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티구안 e하이브리드’는 같은 기간 현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시장 판매 1위 모델로 선정됐다. 총 7563대 판매되며 경쟁 모델인 쿠프라 포르멘토와 볼보 XC60를 압도했다.
폭스바겐 브랜드 친환경차 인기는 2개 모델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들 모델 포함 총 8종의 폭스바겐 친환경차 모델이 상반기 현지 베스트셀링친환경차(EV·PHEV·HEV) ‘톱10’ 목록에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폭스바겐 현지 판매 친환경차 라인업은 총 9종으로, ID.버즈를 제외하고 모두 순위권에 속한 것이다. 비(非)폭스바겐모델은 테슬라 모델 Y와 BMW iX1 2개뿐이었다.
폭스바겐의 이 같은 활약은 독일 현지 친환경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 2023년 12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전격 중단했지만, 보조금 철회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기차 시장은 전년과 비교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독일 EV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한 24만9155대로 집계됐다. PHEV 시장 역시 수요가 급증, 판매량이 56% 증가한 13만8633대를 기록했다.
이들 시장의 성장 폭은 독일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와 비교할 때 더욱 실감난다. 독일 자동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5% 감소한 140만2789대로 집계됐다.
하반기에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 부활에 따라 폭스바겐 현지 친환경차 점유율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부터 ‘기업용 전기차 세제 우대 제도’를 재개했다. 기업이 구매한 BEV에 대해 최초 연도에 차량 가격의 75%를 감가상각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2023년 말 일반 소비자 대상 보조금을 전면 중단한 이후 첫 공식적 유인책으로, 기업 차량 구매 수요를 견인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세제 혜택은 오는 2027년까지 한시 적용되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가 대상이다.

◆ 유럽에선 전동화 1위…국내에선 소비자 외면에 ‘체면 구겨’
폭스바겐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체 무대에서도 독주하고 있다. 상반기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 누적 13만5000대를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테슬라(10만9262대)와 3위 BMW(9만4658대)를 훌쩍 앞섰다.
유럽 베스트셀링전기차 ‘톱5’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ID.4(3위)와 ID.7(4위), ID.3(5위) 총 3개 모델이 순위권에 속했다. 1위와 2위는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3였다.
글로벌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에서도 폭스바겐은 64만대를 판매하며 4위에 올랐다.
1위로는 중국 비야디(BYD)가 199만8000대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위는 중국 지리그룹으로, 96만대를 판매했으며, 미국 테슬라는 72만1000대를 판매해 순위가 지난해 동기 2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다만 아직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브랜드 파워 대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그 이름값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마케팅 전략·제품 다양성·소비자와의 접점 부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은 올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1704대 판매에 그치며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폭스바겐 국내 전기차 판매 라인업은 ID.4와 ID.5 2종이다. 같은 기간 각각 1141대와 563대가 신규 등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ID.4·ID.3·ID.5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ID.4와 ID.5조차 일부 마니아층에만 소비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한 브랜드 존재감과 가격·서비스·충전 인프라가 제약이 되고 있다지만, 국내 EV 시장 흐름에 비하면 폭스바겐의 상반기 실적은 아쉬운 수준”이라며 “전기차 판매 라인업 확대를 토대로 브랜드 존재감을 키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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