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잘할 나이가 됐잖아.”
한화 이글스가 LG 트윈스의 거센 상승세에도 1위를 지키는 것에 ‘폰와류문’의 힘만 작용한 게 아니다. 불펜의 안정감도 리그 최고 수준이다. 마무리 김서현을 필두로 박상원, 한승혁이 7~8회를 책임진다. 이들을 김범수, 조동욱, 김종수, 주현상, 정우주 등이 뒷받침해왔다.

한승혁의 행보가 대단하다. 52경기서 2승2패2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05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1년 KIA 타이거즈의 1라운드 8순위로 입단한 특급 파이어볼러 유망주였다. KIA에서 2022년까지 12년간 끝내 안 터졌다. 5선발로 시즌 초반 반짝하다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한화는 발상을 전환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변우혁을 내주고 한승혁을 데려오면서, 한승혁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안 되는 선발투수에 매달리기보다 전문 셋업맨으로 보직을 바꾸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손혁 단장의 의도는 3년이 흐른 현재,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한승혁은 2023시즌 21경기서 평균자책점 6.44로 그저 그랬다. 그러나 작년엔 70경기서 중용됐다. 5승5패에 19홀드를 거둬 들였다. 이게 커리어하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올해 52경기서 2승2패2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2.05다.
데뷔 15년만에 드디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리그 최다등판 10위, 팀에선 55경기의 박상원에 이어 두 번째로 김경문 감독의 호출을 가장 많이 받은 투수다. 한승혁은 예전처럼 150km대 중반의 무시무시한 공을 던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층 안정감이 생겼다.
김경문 감독은 3일 광주 KIA전이 비로 취소되자 “그러니까 선발도 해보고 중간도 해보고 하면서, 본인이 기대했던 것보다 실패한 적도 있었고 그랬잖아. 그런 게 다 (성장의)밑거름이 돼 가지고 지금 우리 팀에서는 정말 중요할 때 나가서 잘해주고 있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경문 감독은 웃더니 “나이가, 이제 잘 할 나이가 됐잖아. 서른도 넘었고. 이제 또 뭐 결혼도 했고 안 아픈 게 관건이죠”라고 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한승혁의 포심 평균구속은 148.8km다. 작년 147km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50%에 육박하던 포심 구사율이 올해 37.4%로 떨어졌다. 대신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투심까지 구사한다.

KIA가 선발투수 시절 원했던 그 모습을 한화에서 보여준다. 김경문 감독의 말대로 경험과 시행착오를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한승혁은 KIA와는 인연이 아니었고, 한화에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KIA는 변우혁을 성공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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