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고려아연이 심해저광물 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TMC)’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가운데 투자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TMC의 해저 채굴 전략이 국제 규범과 충돌할 소지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해저기구(ISA)가 최근 TMC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 ISA, TMC 전격 조사… 국제법 위반여부 판단
AFP,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SA는 최근 폐막한 제30차 연례 총회에서 산하 법률기술위원회를 통해 TMC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AFP는 ISA 이사회가 법률기술위원회에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기업들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며 이 조처가 TMC를 지목한 것이라 설명했다.
뉴욕타임즈도 TMC의 독단적 심해 채굴 추진을 거론하며 “ISA가 협약 서명국들의 규범 불이행을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국제기구의 대응이 알려지자 TMC 주가는 출렁였다. 지난 7월 24일 나스닥 시장에서 8.1달러였던 TMC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월 1일 기준 5.87달러로 마감했다. 누적 하락률은 25.3%에 달한다.
앞서 TMC는 지난 3월 국제해역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적 심해저 채굴을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4월에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상업 채굴 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ISA의 관할권을 무시하고 미국의 인허가를 받아 독단적으로 채굴을 추진한 것으로 국제 사회에서 논란을 샀다.
ISA는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1994년 이행협정에 근거해 설립된 독립 국제기구로, 공해 해저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고 탐사·채굴 활동을 규제·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TMC는 ISA 허가 없이 일방적으로 심해저 탐사를 추진하며 국제적 합의를 거스른 셈이 됐다.
ISA는 지난 3월 레티치아 카르발류 사무총장 명의 성명을 통해 “(TMC의) 어떠한 일방적인 행위도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며 다자주의의 근본 원칙과 해양의 평화적 이용, 유엔해양법협약 하에 구축된 집단적 해양 거버넌스 체계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ISA가 특정 기업의 활동에 대해 공개 성명을 내고 경고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ISA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TMC의 규정 우회 시도가 국제법 및 UNCLOS 전체의 통합성과 포괄적 체계를 훼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심해저 탐사 규정 위반 시 계약 해지·정지·벌금 등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제사회 역시 TMC의 독단적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ISA 총회에 참석한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루이사 카슨 캠페이너는 “TMC와 같은 일탈 행위자(rogue actor)로부터 다자주의 체계를 보호해야 한다”며 각국이 ‘심해저 채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팔라우 공화국의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은 “심해 개발은 태평양 도서국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한 도박”이라 비판했다. 심해보존연합(DSCC)의 공동설립자 메튜 지아니도 “ISA가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제는 TMC와 그 자회사들도 탐사 계약을 상실할 실질적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려아연, TMC 투자 적절성 도마 위… “리스크 사전 검토”
고려아연은 지난 6월 TMC 지분 5%를 약 1,165억원에 인수했다. 추가 옵션 행사 시 투자 규모는 최대 1,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고려아연 측은 해당 투자에 대해 “원료 확보와 미국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 밝혔다. 다만 이번 ISA 조사로 인해 ‘그린워싱’ 회사를 지원한 기업으로 비판 받을 위기에 처했다. 그린피스 한국지사는 “한국기업이 국제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기도 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이번 투자와 관련해 법률적·환경적 리스크 등을 사전에 검토해 진행한 사안이라며, 투자 적절성 논란을 일축했다.
고려아연 측은 “최근 TMC에 대한 당사의 지분 투자와 관련해 일부 악의적인 주장과 왜곡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사는 중장기적인 핵심원료 확보와 전략광물 공급망 강화, 한미간 협력 강화 등을 위한 전략적 판단의 일환으로 투자를 진행했지만, 일각에선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과 일부 불확실성만을 근거로 당사의 투자를 폄훼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SA의 TMC에 대한 조사 가능성 역시 심해저 채광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 논의와 미국과의 관계 설정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론되는 사안으로 일종의 조사의 일환”이라며 “ISA는 제30차 연례총회에서 산하 법률기술위원회를 통해 TMC의 활동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검토했고, 조사가 이뤄질 경우 그 결과를 내년 3월 개최될 이사회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려아연은 TMC 투자에 대한 법률적, 환경적 리스크 등을 사전에 검토해 투자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기업의 ESG 및 환경적 기준과 법적 준수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향후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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