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K-배터리는 '주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했으나,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은 5% 넘게 감소했다.

4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504.4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37.3% 증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하락한 16.4%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4.4%(47.2GWh) 성장하며 점유율 9.4%로 3위를 유지했고 SK온은 10.7%(19.6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9%의 점유율로 5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판매량이 줄었지만 기아 EV3의 글로벌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이 적용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의 북미 판매 확대가 배터리 사용량 증가를 견인했다.

SK온은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5와 EV6의 페이스리프트 이후 탑재량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폭스바겐 ID.4, ID.7의 견조한 판매량도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삼성SDI는 전년 동기 대비 8%(16GWh) 감소해 점유율이 3.2%에 그치며 8위에 머물렀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리비안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 BMW의 베스트셀러인 i4의 판매 둔화로 BMW향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하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도 함께 줄어든 것이 점유율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보다 37.9%(190.9GWh)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커 △아이토 △리오토 △샤오미등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CATL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BYD는 58.4%(89.9GWh) 성장률과 함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기록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BEV·PHEV)를 자체 생산하는 BYD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급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국내 3사는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북미 현지 생산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부터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 또 올해 연말까지 17GWh, 내년 말까지 30GWh 이상의 현지 생산능력(CAPA)를 구축할 계획이다.

SK온은 유럽 시장에서는 다수 고객사와 기가와트 규모의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 대응 및 공장 가동률을 높일 방침이다. ESS용 LFP 배터리도 미국 현지 내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 공장 일부 라인에서 오는 10월부터 ESS용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ESS용 LFP 배터리도 현지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SNE리서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통제 강화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공급 기반의 독립성과 지역 전략의 유연성을 갖춘 대응력이 요구되는 전환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