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LPG 배관망 사업' 매우 이상한 이 물류사업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가 '에너지 복지' 명분을 앞세워 밀어 붙여 왔지만, 중간평가도 한 번 없이 그냥 진행형이다. 파죽지세처럼 밀고 나가는 통에 혹자는 이 정책을 '쓰나미'에 빗대기도 한다.
이 사업을 '양날의 검'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사업을 시작한 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양날의 검'이라는 말은 긍정과 부정 측면이 공존한다는 데 쓰는 말인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호해진지 오래기 때문이다.
필자는 LPG가스 판매 사업자다. 가스를 집집마다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의 특성상 혼자 사는 가구를 방문할 때면, 그 집 일을 간단히 돕기도 하고 생활정보를 서로 나누기도 한다. 안전을 체크하는 일이 일상화 돼 있는 셈이다. 돕고 지내는 나름의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일도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지금의 이 일은 경쟁도 너무 심해서 육체노동의 강도가 좀 덜한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다. 또 어떤 부당한 일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그냥 침묵하고 있으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잘못 됐거나 옳지 않는 것은 고치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LPG 배관망 사업'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말 많고 탈 많았던 'LPG 배관망 사업', 왜 검증을 하지 않나
'LPG 배관망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정책이다. 그럼에도 이 사업에 무슨 꿀단지라도 있는지 단 한 번의 검증도 없이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져 오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스를 끊어지지 않게 사용할 수 있고 가스를 싸게 공급할 수 있어서 거시적 시각에서 떠나는 LPG 수요를 붙잡아 두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궁색한 말을 듣다 보면 마치, 지금의 배달 시스템은 아주 미개하고 잘못되어 국민들이 연료를 비싸고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어 집단민원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 사업에 대해 '기존 석유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교체한다'거나 '가스 사용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모든 에너지를 열량 단위로 환산하면 '심야전기'가 가장 싸다. 그리고 도시가스, 석유, 그 다음이 LPG다. LPG를 열량 대비 석유와 단가 경쟁을 하려면 우리 LPG 판매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제조사 원가로 공급을 해도 경쟁에서 밀린다.
수입 정유사 입장에서는 석유를 팔거나 가스를 팔거나, 다를 게 없다. 또 보일러 제조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름보일러가 몇 대 더 팔릴 수 있고, 가스보일러가 몇 대 더 팔릴 수 있냐는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과연 누구를 위한 거시적 정책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국민들이 석유가 비싸서 가스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집단민원을 낸 것도 아니지 않나.
'에너지 복지'라고 했는가?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나. 꼭 LPG가스 배달 관련 사업자가 아니라도 일반시민들과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조금만 나눠도 현실적인 방안들이 줄줄이 나온다.
LPG가스를 사용하다가 연료가 떨어져 가스통을 교체하는 그 길지 않은 순간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돈을 들이고, 또 영세한 수만명 소상공인의 밥줄을 끊어 가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으로 몇몇 시공사들과 일부 메이저 판매상들이 어떤 이득을 보았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체 가스 판매사업자들이 전업을 하고 폐업을 할 지경에 빠져도 괜찮을 만큼의 공익적 이익이 더 큰지 묻고 싶다.
비록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수십 년간 가꿔온 일터가 '에너지 복지'라는 거창한 명분에 밀려 거래처로 삼고 있던 마을과 광범위한 지역을 강제로 빼앗기고 아무런 보상도 없이 쫓겨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날강도가 따로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수십년 지켜온 일터 송두리째 뺏어 가진 자들에게 바치는 꼴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도 잘못했나?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을 하였기에 수십 년 지켜온 우리의 일터를 국가가 나서서 송두리째 빼앗아서 힘 있고 가진 자들에게 갖다 주려고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의 잘못이라고는 이 땅에서 소상공인으로 살아가는 죄 밖에 없다. 온갖 역경을 버티어 내며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겨우겨우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데 무슨 날벼락도 아니고, 누군가가 나서서 모두가 다 수긍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재명 대통령께도 한 말씀 올려야겠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과거에 성남시에 3000억원 짜리 황금도로가 있었다고 하셨지요? 지금 우리나라에는 20년이 지나면 노후시설로 분류되는 6000억원 짜리 수상한 공사가 11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LPG 배관망 공사가 그것입니다. 이 공사가 진정으로 타당성이 있는 공사인지 세심히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은 '특별한 손해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우리는 이 LPG 배관망 사업으로 쫄딱 망하게 생겼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에너지 복지를 위해서 도시가스처럼 국민들을 편하게 해 주겠다고 농어촌 시골 구석구석까지 마을마다 땅속으로 배관망을 설치해서 LPG 가스를 공급하려고 돈을 수천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우리 같은 영세 가스 판매사업자들이 아무런 위로나 보상도 없이 거래처를 빼앗기고 속절없이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다른 것입니까."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곤, 전국이 인구 소멸 지역 아닌 곳이 없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연령대를 한번 분석해 보면, 전체가 노화하는 모양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떠난 시골 마을에 덩그러니 흉물로 남은 저 시설물들을 마주할 날이 머지 않았다.
땅속에 있는 배관을 관리한다는 것이, 그것도 LPG 배관인데, 그 땅속 LPG 배관을 관리하는 일에도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정치적으로, 3공화국 5공화국을 거치면서 우리들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린 '삽질 개발'의 효과에 대한 추억과 집착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본다. 진정으로 '에너지 복지'를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 것일까.
도시가스처럼 LPG도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독거노인이 대부분인 시골마을에 그런 돈이면 그 마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스를 평생 공짜로 줘도 남을 돈이다. 가스 사용량이 없으니 가스보일러를 설치한다고? 마당이 넓고 헛간이 넓은 시골 지역에는 기름보일러 난방에 가스레인지가 있는 주방이면 가장 저렴하고 충분하고 남는다.
그것마저도 요즘 들어서는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미연소 기체가 몸에 좋지 않다고 건강을 생각해서 전기인덕션으로 바꾸는 중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어있는 실핏줄과 같다. 어느 누가 저 산꼭대기 외딴집 농막에 가스통 한 개를 배달하려고 한 시간 넘게 차를 몰고 가겠는가?

한국엘피가스판매협회 경남협회 회장 / 경남가스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 / 소상공인연합회 특별회원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