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0’ 경기를 ‘2대0’으로? 스포츠토토 결과 왜곡 논란

시사위크
/ 한국스포츠레저(주)
합법 스포츠토토 배트맨 수탁운영사 한국스포츠레저가 최근 진행된 미국프로축구 경기 결과를 임의로 조작해 베팅 적중금을 받아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배당을 해주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스포츠레저는 문체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에서 지분 100% 보유한 자회사로, 2025년 7월부터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로 선정됐다. / 한국스포츠레저(주)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합법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가 최근 미국프로축구(MLS) 경기 결과를 공식 발표와 다르게 확정하고, 결과를 맞힌 이들에게 적중금(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미국프로축구 샌디에이고FC(SD)와 내슈빌SC(NSH)의 경기는 최종 1대0, 샌디에이고FC의 1점차 승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국내 정부기관이 합법으로 인증한 스포츠토토 배트맨의 수탁사업자인 한국스포츠레저㈜는 양팀의 경기 결과를 2대0, 샌디에이고FC 2점차 승으로 처리했다. 

한국스포츠레저에서 샌디에이고FC가 2골을 넣어 2점차로 이겼다고 결과를 확정한 이유는 당시 경기에서 샌디에이고FC가 1점 차(1대0)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 주심이 후반전 경기종료 휘슬을 불었음에도 일부 선수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내슈빌SC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당시 샌디에이고FC의 추가골이 터진 직후 스코어는 2대0(샌디에이고FC 2 vs 내슈빌SC 0)으로 종료됐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경기 종료 시간은 지난 26일 오후 1시 35분쯤이었으며, 미국프로축구에서는 약 30분 정도가 지난 오후 2시 5분 이후 경기 결과를 ‘샌디에이고FC 1 vs 내슈빌SC 0’으로 수정해 바로 잡았다. 미국프로축구 공식 홈페이지에도 현재 양팀의 경기 결과는 ‘샌디에이고FC 1 vs 내슈빌SC 0’으로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스포츠레저는 이 경기(프로토 승부식 87회차 130∼133번 대상경기) 결과를 미국프로축구 공식 결과와 달리 ‘2대0’ 샌디에이고FC 2골 승으로 최종 확정했다.

문제가 되는 건 ‘샌디에이고FC –1점 핸디캡’ 게임이다. 

‘–1점 핸디캡’ 게임은 전력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팀의 점수를 1점 깎은 상태에서의 점수를 최종 점수로 해 승·무·패를 맞히는 것이다. 당시 스포츠토토에서는 샌디에이고FC의 전력이 내슈빌SC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평가해 샌디에이고FC에 –1점 핸디캡을 적용했다. 이 핸디캡 게임의 경우 샌디에이고FC가 승리하려면 2골 이상 앞서야 한다. 지난 26일 열린 샌디에이고FC vs 내슈빌SC의 경기에 이를 적용하면, 샌디에이고FC가 1골만 넣어 1대0 스코어로 이겼으므로 이 경우에는 ‘무승부’가 정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스포츠레저가 양팀의 결과를 ‘2대0’ 스코어로 확정했다. 이 때문에 ‘샌디에이고FC –1점 핸디캡’ 게임은 정상적인 결과에서는 샌디에이고FC의 점수를 1점 감점해 ‘무승부(0대0)’가 맞지만, 우리나라 스포츠토토에서는 2대0 기준에서 샌디에이고FC의 1점을 감점해 최종적으로 샌디에이고가 1점을 앞서 ‘샌디에이고FC 승’으로 둔갑됐다.

문제는 이미 ‘샌디에이고FC 승’에 베팅을 한 소비자들에게 배당금(적중금) 지급이 전부 완료됐다는 점이다. 적중금 지급은 경기가 끝난 후인 26일 오후 2시 3분부터 시작됐다.

또한 샌디에이고FC가 –1점 핸디캡 게임에서 ‘샌디에이고FC vs 내슈빌SC’ 결과를 ‘무승부(0대0)’로 체크한 소비자들은 이들은 한국스포츠레저 측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스포츠레저 측도 난감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FC –1점 핸디캡’ 게임에서 ‘샌디에이고FC 승’을 선택한 이들에게 배당금을 잘못 지급했는데, 이를 돌려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정상적이라면 ‘샌디에이고FC –1점 핸디캡’ 무승부를 맞춘 이들에게는 적중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적중금을 지급할지 여부도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짓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스포츠레저가 현재 경기결과 수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식 스포츠토토 수탁운영사인 한국스포츠레저가 지난 26일 진행된 샌디에이고FC vs 내슈빌SC 미국 축구 경기 결과를 MLS에서 확정한 1대0 샌디에이고FC 승이 아닌 2대0 샌디에이고FC 승으로 임의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스포츠레저는 법률자문 및 내부검토를 진행 중이다. / 뉴시스
정식 스포츠토토 수탁운영사인 한국스포츠레저가 지난 26일 진행된 샌디에이고FC vs 내슈빌SC 미국 축구 경기 결과를 MLS에서 확정한 1대0 샌디에이고FC 승이 아닌 2대0 샌디에이고FC 승으로 임의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스포츠레저는 법률자문 및 내부검토를 진행 중이다. / 뉴시스

한국스포츠레저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에서 지분 100%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 4월 설립됐고, 이번 달부터 스포츠토토 배트맨 수탁사업자로 선정돼 업무를 개시했다.

사실상 한국스포츠레저가 스포츠토토 수탁운영을 시작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승부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 국민에게 금전적 피해를 끼친 셈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기관 자회사가 국민들 상대로 먹튀를 하는 광경을 보고 계십니다”, “이게 불법 사설 토토 사이트 먹튀랑 다른 게 뭐냐”, “사설 토토 사이트도 정상적으로 경기결과를 1대0으로 수정해서 배당해줬는데, 정부 인증 스포츠토토가 이러면 안 된다” 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스포츠레저 측은 ‘약관’대로 처리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스포츠레저는 스포츠토토 공지사항에 “해당 경기 종료 직후, 대상경기단체(MLS)에서 공식 발표한 경기 결과는 2대0이었으며, 이를 기준으로 적중처리를 진행했다”며 “특히 최초 경기 결과 입력 시점인 오후 1시 41분부터 최종 확인이 완료된 오후 2시 5분까지 해당 결과는 변동 없이 유지됐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후 대상경기단체의 최종경기 결과가 1대0으로 정정됐으나, 이는 적중 결과 확정 이후에 이뤄진 변경”이라면서 “체육진흥투표권 약관 제21조 제1항 및 제5항에 따라 적중 결과의 변경이나 환불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체육진흥투표권 약관 제21조(투표권 적중결과) 제1항에는 “경기결과는 해당 대상경기단체에서 발표한 공식결과를 기준으로 적용한다. 단 제17조(대상경기의 무효)에 해당되는 대상경기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존재한다.

또한 동 조항 제5항은 “투표권 적중결과가 발표된 후, 대상경기단체의 한국스포츠레저㈜는 어떠한 경기결과의 변경에도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단, 한국스포츠레저㈜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적중결과를 수정 후 재발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미국프로축구 측에서 최초 안내를 잘못하고 경기결과 수정을 늦게 했으니 한국스포츠레저 측은 잘못이 없고, 경기결과를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반발 여론이 일고 민원이 제기되자 한국스포츠레저 측은 지난 29일 “해당 경기의 최종 처리 관련 법률 자문을 포함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며, 검토 결과가 확정 되는대로 별도 안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스포츠레저 관계자는 “현재 해당 경기결과는 2대0을 기준으로 적중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지급된 배당금 회수 여부는 본 사안의 처리와 무관하다”며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률자문 및 내부검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핸디캡 게임에서 무승부에 베팅한 고객들에게 적중금 지급 여부는 법률 검토 후에 최종적으로 확정해 안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스포츠레저는 체육진흥투표권 구매 고객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며, 배트맨 사이트 사과문 게재 여부는 법률자문 및 내부검토가 완료된 후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스포츠레저(주) 스포츠토토 7월 26일 MLS 샌디에이고FC vs 내슈빌SC 적중 결과 안내 공지사항
https://www.sportstoto.co.kr/view.php?type=notice&idx=2704&page=&text_search=
2025. 7. 31 한국스포츠레저(주) 스포츠토토
스포츠토토 체육진흥투표권 약관 제21조 제1항 및 제5항
https://www.sportstoto.co.kr/terms_vote.php
2025. 7. 31 한국스포츠레저(주) 스포츠토토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1대0’ 경기를 ‘2대0’으로? 스포츠토토 결과 왜곡 논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