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상자산 입법화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국내외로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전날 취재를 위해 방문한 국회에서도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건물에서 같은 당 의원들이 같은 시간에 각각 가상자산 법안 설명회와 포럼을 개최했다. 회의실을 오가며 취재하는 기자들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28일에는 여당과 야당이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설명을 보면 서로 '국내 최초' '대한민국 최초'를 내세웠다. 과연 누가 진짜 최초인지에 대한 의문 제기도 있었다.
문제는 이같은 혼란은 기자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 흐름을 놓칠 수 없는 만큼, 제도권 편입과 투자자 보호라는 대의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의 입법 러시는 시장과 투자자마저 혼란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국회에 계류 중 또는 발의·발의 예정 법안만 10여건에 달한다. 먼저 비상계엄 사태로 지연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6건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1건이 있다.
대선이 끝난 후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 등이 발의됐다. 별개로 여당 정무위원들은 디지털자산혁신법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통과는 없고 법안만 쌓여가는데, 법안끼리 겹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반대되는 부분도 있다.
일례로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안과 가치고정형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지급 혁신에 관한 법률안은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다루지만, 이자 지급 허용을 두고 상반된 방향을 취한다.
또 법안마다 발행자나 서비스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자기자본 요건이 5억원에서 최대 50억원까지 다양하게 설정돼 있기도 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전 받아야 하는 인가도 법안에 따라 단계가 달라지는 등 천차만별이다.
물론 건전한 경쟁과 그에 따른 논의는 시장의 발전을 가져온다. 하지만 어느 법안이 통과되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는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가상자산 시장은 태생부터 규제의 후진성, 제도 공백의 위험성을 반복해왔다. 이전에도 루나 사태나 거래소 무더기 폐쇄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국회는 법안 발의로 대응했다. 하지만 보상 형평성 논란, 규정 충돌 등을 겪었다. 기준의 중복과 공백 때문이다.
가상자산 제도화는 '해야 한다' 또는 '하지 말자'를 벗어났다. 이제 '어떻게 하면 질서와 일관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 질서와 일관성을 위해, 입법 경쟁보다는 시장 의견 수렴과 통합 로드맵을 바탕으로 한 '큰 그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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